독일의 담배소송

July 9, 2004

독일의 담배소송 

권순익 판사(독일에서 연수중) 

법률신문 기자 desk@lawtimes.co.kr  

담배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있었던 손해배상소송은 한동안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특히 그 중 일부 사건에서 인정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액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이곳 독일에서도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수건의 손해배상소송이 있었는데 최근 아른스베르크지방법원(Landgericht Arnsberg)이 그 중 한 사건에 대하여 판결을 선고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그 판결은 위 지방법원의 민사2부가 2003. 11. 14. 선고한 판결인데 “미국의 사례는 독일에 적용될 수 없다(Amerikanische Verhaltnisse sind auf das deutsche Rechts- system nicht ubertragbar.)"는 것을 전제로 미국법원과는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1947.생으로 17살이던 1964.부터 담배(상품명 Ernte 23)를 피워왔다. 그의 흡연량은 1993.까지는 하루 약 40개피였고 그후부터 약 1년전까지는 하루 20-30개피였으며 약 1년전부터는 하루 5-7개피였다. 물론 그는 그 기간 중 담배를 끊거나 줄이기 위한 여러 번의 시도를 하였지만 종국적으로는 모두 실패하였다. 원고는 1989.-1990.사이에 처음 심장혈관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그 증세는 일정기간의 요양치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았으며 1999.부터는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원고의 생활상태는 그 증세가 발병한 1990.부터 현저히 나빠졌고 원고의 소득은 일을 할 수 없게 된 1999.부터 상당히 줄었다. 그러자 원고는 위 병이 모두 담배로 인하여 야기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담배를 생산한 피고회사를 상대로 2002.경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원고의 청구내용 중에는 손해배상 외에도 피고회사가 가지고 있는 담배와 관련한 내부 연구보고서를 제출할 것, 피고회사가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장래의 재산적, 비재산적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확인을 해 줄 것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법과 독일 법의 차이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과 관련한 판결부분만 소개하기로 한다.) 원고는 이 소송에서 피고회사가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는 이유로 (1) 피고회사가 담배에 그 부작용, 중독성 등과 관련한 경고문구를 안 붙인 점(die Unterlassung von Warnhinweisen), (2) 피고회사가 담배생산과정에서 유해한 중독성 물질을 담배에 첨가시킨 점(Produktmanipulation), (3) 담배생산물의 기본적인 결함(die grundsatzliche Fehlerhaftigkeit des Zigarettenprodukts) 등을 내세웠다. 

이에 대하여 사건을 담당한 아른스베르크지방법원의 민사2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1) 담당 재판부의 기본입장은 “입법자가 원칙적으로 담배의 생산, 판매를 허용한 이상 단순히 담배를 생산, 판매한 것만을 가지고 위법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원고가 피고회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피고회사가 단순히 자신이 피운 담배를 생산, 판매하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생산, 판매과정에서 별도의 위법행위를 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 담당 재판부는 피고회사에게 그러한 별도의 위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면서 이를 부정하고 있다.

① 먼저 피고회사가 담배에 그 위험성과 관련한 충분한 경고문구를 부착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회사가 법률에 규정된 경고문구를 담배에 부착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피고회사에게 법률에 규정된 것 이상으로 담배의 일반적 위험성을 알릴 의무는 없다고 보았다. 즉 생산자는 생산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이 있으면 소비자에게 이를 알려줄 의무가 있지만 그 위험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인데 담배의 일반적 위험성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반인에게 충분히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원고 스스로도 이를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회사에게 법률에 규정된 것 이상으로 담배의 일반적 위험성을 알릴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특히 피고회사가 담배의 중독성(끊기 어려운 점)을 고지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는데 담당 재판부는 담배의 중독성 역시 널리 알려져 있는 담배의 일반적 위험성의 하나로 보고 피고회사에게 특별한 고지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② 다음으로 피고회사가 담배생산과정에서 담배에 유해한 물질 또는 중독성을 강화시키는 물질을 첨가시켰을 뿐 아니라 이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회사가 법적으로 허용된 것 이외에 별도로 담배에 유해한 물질 또는 중독성을 강화시키는 물질을 첨가시켰다는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피고회사가 담배에 첨가한 물질이 원고의 건강악화(심장혈관 이상)의 원인이 되거나 중독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원고가 문제삼은 첨가물 중 초콜렛, 카카오, 글리세린, 설탕은 법률상 허용된 것이고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는 설탕이 탈 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며(담배가 태워서 소비하는 물건이고 설탕의 첨가가 허용되어 있는 만큼 금지항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암모니악(Ammoniak)과 피리딘(Pyridin)은 천연 담배에 함유되어 있는 것이므로 모두 위법한 첨가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암모니악을 비롯한 일부 첨가물의 경우 1980.부터 첨가되기 시작했는데 원고가 처음에는 하루 40개피를 소비하다가 그 첨가물이 첨가된 이후 오히려 소비를 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첨가물이 중독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담당 재판부는 비록 위 각 첨가물의 양은 법적으로 그 한도가 정하여져 있지만 그와 관련한 원고의 주장이 없을 뿐 아니라 그 첨가물의 양이 법적인 한도를 초과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이를 근거로 피고회사의 위법행위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보았다. 한편 담당 재판부는 피고회사가 그 첨가물의 내용을 담배에 표시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가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본 것처럼 그 첨가물의 유독성이나 중독성이 입증되지 아니한 이상 그것만으로는 피고회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③ 또한 담배생산물에 기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기본입장으로 돌아가 비록 흡연이 건강에 위험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그 생산, 판매를 허용한 이상 담배 자체가 기본적 결함이 있는 생산물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담배의 위험성이 본질적인 것이어서 입법자가 법률로 아무런 위험성이 없는 담배만 생산하도록 규정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 소비자 역시 오래 전부터 계속적 흡연의 위험성(건강에 중대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과 담배의 의존성, 중독성(쉽게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흡연은 결국 흡연자 스스로의 책임하에 하는 행동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흡연자 스스로에게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를 담배생산자에게 전가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한편 담당 재판부는 피고회사가 부정경쟁방지법(UWG)과 제조물책임법(Produkthaftungs- gesetz)을 위반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회사와 원고 사이에는 경쟁과 관련한 아무런 관계가 없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볼 수 없고 또 위 담배는 제조물책임법의 발효(1990. 1. 1.) 전에 이미 유통되던 것일 뿐 아니라 앞에서 보았듯이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회사가 제조물책임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고, 위 각 법위반을 원인으로 한 피고회사의 손해배상책임도 부정하였다.

(4) 결국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담당 재판부는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가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판결이유 중에는 앞에서 본 것 이외에도 소멸시효와 관련한 판단, 형법위반과 관련한 판단 등도 있으나 핵심이 아니라고 보이므로 소개를 생략함)
   
독일법원의 위 판결은 그 동안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온 미국법원의 판결과 반대되는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위 판결에 대하여는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여 현재 함 고등법원(Oberlandesgericht Hamm)에서 항소심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독일의 많은 법률가들도 위 항소심 나아가 독일연방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대하여 궁금증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 건의 담배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건들의 재판에 있어서 이 판결은 그 동안 화제가 된 미국법원의 판결들과 함께 좋은 참고자료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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