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은행들 이슬람 진출
[글로벌 비즈니스] 서구 은행들 이슬람 진출 [매경이코노미 2003-11-07 15:12] 서구 금융기관들이 이슬람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으로 이슬람과 서방 관계는 최악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의 논리일 뿐 자본의 논리는 아니다. 서구 금융기관들의 이슬람 진출은 무슬림의 삶을 지배하는 율 법체계까지도 바꾸어 놓을 태세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10월 25일)에서 “지난 10월 말레이 시아에서 열린 이슬람회의기구(OIC, Organization of Islamic Conferences)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슬람 금융제도의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서구 은행들을 지지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서구 금융기관들이 이슬람 세계에 진출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 다. 무슬림의 금융에 대한 인식이 서구인들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대 표적인 것이 이자를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 법. 코란에서는 단 1%의 이자도 고 리대금이라고 해서 율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규정한다. 대신 기업이나 주식에 투자해 나오는 이익금을 배당의 형태로 예금주에게 지급한다. 우리로 치면 투 자신탁에 가깝다. 그러나 서구 금융기관들의 이슬람 세계 진출은 이슬람 법 ‘사리아(Sharia)’ 의 재해석을 강요하고 있다. 사리아는 무슬림들의 생활 전반을 관장하는 율법체계. 물론 금융제도도 사리아 와 분리될 수 없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도박, 음주, 돼지고기 섭취 와 같은 ‘죄가 되는 산업(Sinful Industry)’들과 연관돼서는 안 되며 이자놀 이는 금지된다. 지나친 위험성이 있다거나 불확실성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이 익목적의 저축성 계좌는 제공되지 않는다. 보험 상품도 판매 금지다. 현재 이슬람의 금융 혁신은 서구 금융가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몇몇 국제 은행들은 이슬람 금융담당을 위한 자회사를 만들었다. 씨티이슬람은행, HSBC의 아마나(Amanah), UBS의 노리바(Noriba) 등이 대표적이다. 씨티이슬람은행(Citi Islamic Bank)과 모회사인 씨티그룹은 지난달 20일 걸프 만 지역 이외의 투자자들에게 처음으로 이슬람 채권발행을 제공하도록 조절했 다. 또 다른 미국계 ‘사리아펀드’는 코란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헤지펀드 를 마련하기 위해 이슬람학자들과 연구하고 있다. HSBC도 영국에서 이슬람 보 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슬람 금융 시장은 2500억달러 규모■ 금융기관들이 발행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슬람 금융상품의 시장 규모는 2500 억달러에 달한다. 서구 기업들이 이슬람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구 은행들은 코란 개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텍사스 대학의 마호메드 엘가말 교수는 “이슬람 거래법은 관습법체계를 따른다”고 말한다. 즉 코란에서 큰 법칙들을 가져오지만 실제로는 몇 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관례 를 따른다는 것이다. 이런 관례들이 체계화되지 않았고 이슬람에는 법관뿐만 아니라 법을 해석하는 자격을 규정하는 것 또한 없기 때문에 법의 해석은 아주 광범위하고 다양해질 수 있고 현재도 그렇게 되고 있다. 엘가말 교수의 이런 해석에 서구 금융기관 뿐 아니라 무슬림인들도 동의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OIC 참석자들은 ‘관심을 국내로’라는 낡아빠 진 기치를 갖고 있는 이슬람 기업을 몹시 비난했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이슬람 금융인들은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에 범회교권 금융감독위원회(IFSB, Islamic Financial Services Board)를 설립해 새로운 이슬람 금융서비스 기준 을 제정하고 있다. <정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