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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경제학] (2) 불로소득은 없다

이슬람 경제학] (2) 불로소득은 없다 [한국경제 2001-11-18 17:08] 이슬람 국가에는 크게 두 종류의 은행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본주의적인 일반은행과 이슬람법(샤리아)을 따르는 이슬람 은행이다. 무슬림들은 외국과의 무역대금 결제 등은 일반은행에서 하지만 단순히 돈을 맡기고 찾는 일은 이슬람은행을 주로 이용한다. 이슬람 은행은 예금에 대한 이자가 없는 것이 특징.코란이 이율의 고저를 불문하고 모든 이자와 고리대금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전 뿐만 아니라 곡식 등을 빌려주는 경우에도 빌려준 양 이상을 돌려받을 수없게 돼 있다. 때문에 무슬림들은 이자를 받을 생각도, 줄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란이 상거래는 허락하면서 이자수수를 금한 것은 이자를 불로소득이라고 보기때문이다. 상거래는 노동과 기술을 요구하지만 이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아넣는 고리대금업은 더더욱 허용되지 않는다. 이같은 코란의 정신은 노동의 고귀함을 강조하고 고통받는 이에 대해 동정과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해석된다. '이자없는 은행'이 어떻게 가능할까. 중동 관련 컨설팅회사인 '우리와 중동'의 황의갑 대표는 "이슬람은행은 예금주에게 이자를 주는 일반은행과 개념이나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예금주의 돈을 맡아서 안전하게 보관해 주고 필요할 때 꺼내주는 역할만 한다는설명이다. 이자가 없는 대신 맡은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예금주들에게 나눠주므로 은행이라기보다 투자신탁회사에 가깝다. 고정이율이 없으므로 투자결과에 따라서는 한푼의 수익도 못가져갈 수도 있다. 그런데도 무슬림들은 일반은행보다 이슬람은행을 더 많이 이용한다. 공과금 같은 것은 일반은행에 내고 여유자금은 이슬람은행에 예치하는게 보통이다. 이원삼 한국이슬람문화연구소장은 "무슬림들이 이자를 주지 않아도 이슬람은행을 애용하는 것은 이자수입보다 종교적 실천에서 오는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이자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은행이 배척되는 것은 아니다. 숫적으로는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한 일반은행이 이슬람은행보다 더 많다.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대규모 무역거래 등을 위해서는 일반은행을 이용할 수밖에없어서다. 따라서 이슬람은행과 자본주의 은행의 병존은 이슬람 국가들의 고민꺼리다. 코란이 금지하고 있다고 해도 이자를 주는 은행이 현실적으로는 불가피한 탓이다. 복잡다기한 현대의 경제생활에서 이자와 투자수익을 명확히 가름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로 파키스탄 대법원은 은행의 이자가 이슬람 원리에 어긋난다고 판결,자국내 은행의 고금리상품에 예치된 자금들의 해외유출 우려가 일기도 했다. 이집트에선 이자를 경비로 가산하는 방식의 실험은행을 통해 이자지급문제를 피해가는 묘안을 찾기도 했다. 또 이자금지가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전문가들은 경제적 성장 못지 않게 분배를 중시하는 이슬람 나름의 특성을 서구적 기준으로만 평가해서는 곤란하다고 반박한다. 황의갑 대표는 "코란의 이자금지가 경제성장 속도를 저해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의미의 발전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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