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고려대학교 민사법학회 학회지 탑되리 격려사 (2005년)
격 려 사 고려대학교 민사법학회 학회지 ‘탑되리’가 11번 째 생일을 맞이한 것을 축하합니다. 인생의 어느 단계이든 사람은 늘 바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진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꽉 짜인 교과과정 속에서 따로 학회활동을 한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굳건한 뜻을 가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민사법학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은 미래를 이끌어가는 에너지입니다. 대학의 구성원들은 늘 열심히 공부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하는 것만 가지고는 좀 부족하고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이제 한국의 법학도 방향설정을 분명히 하여야 할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이 무심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룩한 결과물을 마치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든가, 법학의 중심은 대립하는 가치 내지 이익의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인 논리에 사로잡혀 그 끝을 알 수 없는 순환논리를 주장한다든가 하는 태도가 그 예입니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나의 견해는 이러하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주장할 만한 실제적인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나는 평소 거래의 안전보다는 개인의 주관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라는 정도는 의미있는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문제되는 것은 왜 그런 신념을 갖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적 해결책과 관련한 보다 근본적인 관념은 철학, 경제학, 사회학, 역사학 등과 같이 법학이 아닌 학문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사법학회 회원들은 보다 창조적인 태도로 미래를 대비할 것을 당부합니다. 올해는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이 100주년을 맞이한 해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작년부터 국제학술회의를 준비해 왔는데 지난 12월 3일 토요일에 큰 사고 없이 잘 마치게 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민법전 20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학술회의로 치루어진 이번 행사에는 프랑스와 한국에서 각각 4명의 학자가 초청되어 모두 8편의 논문발표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처음 있는 역사적인 행사였습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법무부, 주한프랑스대사관, 법무법인 태평양이 후원한 이 행사가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있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민사법학회 회원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하여 민사법학회 회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탑되리’ 제11호의 출간에 소요된 비용은 ‘(주)한국개인신용’(Korea Credit Bureau)의 김용덕 사장님(고려대 법학과 73학번)께서 후원해 주셨습니다. 몇 년 전부터 계속 학회지 발간을 후원해 주시고 계십니다. 김 사장님의 학교 사랑과 후배 사랑에 경의를 표합니다. 끝으로, 고려대학교 민사법학회 회원 여러분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인류문화의 발전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귀한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5. 12. 5.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명 순 구 교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