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모기가 ‘공공의 적’이 된 까닭

August 31, 2006

모기가 ‘공공의 적’이 된 까닭 

명 순 구(고려대 법대 교수) 

 


  사람은 여러 동물들과 공존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 있는 동물들을 사람의 선호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다음과 같은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동물이고, 둘째는 어떤 사람으로부터는 사랑을 받지만 그 밖의 사람으로부터는 미움을 받는 동물이며, 셋째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동물이다. 대부분이 두 번째 유형에 속할 것 같고, 첫 번째 유형에 속하는 것은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동물로서 쉽게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모기이다. 

  모기를 발견하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를 죽이려 든다. 모기를 죽이는 방법도 모깃불, 살충제, 모기향을 거쳐 전기·전자를 이용한 첨단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였다. 모기를 발견하였는데 아무런 도구도 없다면 옆에 있는 신문지라도 접어 종이 몽둥이를 만든다든가, 심지어는 맨손으로라도 모기를 죽이려고 힘쓰는 것이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모기는 그야말로 인간에게 있어서 ‘공공의 적’이다. 모기에 대하여 사람들이 예외 없이 맹렬한 적의를 가지고 그토록 공격을 해대는 모습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기가 참 안 돼 보이기도 한다. 사실 모기로서는 자기의 인생을 사는 것뿐인데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그토록 혹독하게 대하는 것에 대하여 모기로서는 억울한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사람들은 왜 모기를 싫어하는가? 이유를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귓가에 맴돌면서 “잠시 후 내가 너의 피를 빨아먹을 것이다!”라고 협박하는 모습도 밉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기를 싫어하게 된 까닭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모기가 피를 빨아먹어 보았자 그 양이 얼마나 되겠는가? 모기가 인간에게 '공공의 적'이 된 까닭은 단순히 모기의 흡혈습관에 있다기보다는 그 흡혈 이후에 나타나는 몇 가지 결과에 있는 것 같다. 모기가 피를 빨고 난 자리는 최소한 가렵기 마련이어서 사람을 성가시게 한다. 또한 피부에 뻘겋게 표시를 만들어 미관을 해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모기가 단순히 피만 빨아먹고 조용히 제 갈 길을 가는 생태를 가졌다면 모기를 귀여워하는 사람도 있을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모기는 자신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사람의 기분을 몹시 상하게 하는 방법으로 도발을 한다. 이런 까닭으로 모기는 ‘공공의 적’으로 전락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움도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 모기를 혐오하는 이유도 비슷한 것 같다. 모기로 인하여 심각한 병에 걸리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모기가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것 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물린 자리의 가려움증이다. 모기로 인한 가려움증의 이유는 대강 이러하다. 모기가 사람의 피를 섭취하려고 침을 피부에 찌를 때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우리의 피는 밖으로 노출되면 지혈작용에 의해 굳어지게 되는데 히스타민은 이 혈액의 응고를 막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모기가 피의 섭취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히스타민은 동물의 몸에 침을 찌를 때 통증을 없애는 역할도 하여 사람이 모기에 물려도 물릴 당시에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히스타민이라는 물질 때문에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모기에 물린 장소에 모이게 되고 그래서 빨갛게 반점처럼 부풀어 오르고 가렵게 된다. 

  사정을 알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모기가 피를 빨아먹을 때에 이물질을 분비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가렵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리되면 모기는 최소한 ‘공공의 적’으로까지 몰락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런데 이것은 모기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물질을 분비하지 않으면 피가 굳어 빨아먹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기가 운명적으로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는 딱한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모기는 피를 빨아야 하고, 피를 빨자니 사람의 몸에 이물질을 넣어야 하고, 이물질을 넣으니 사람에게 가려움증을 주어 귀찮게 하고, 그러니까 사람은 모기만 보면 어떻게든 죽이려 들고··· 

  모기가 이렇게 딱한 운명의 존재로 된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모든 것은 모기 자신에게 있다. 모기로서는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사람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다. 누가 자신을 미워하는 것 같이 생각되면 우선 자기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모기가 피를 빨아먹는 이유이다. 모기는 암컷이든 수컷이든 식물의 즙액이나 과즙을 먹고 산다. 그런데 암컷이 산란을 하기 위해서는 동물성 단백질이 요구되는데 바로 그 이유로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암컷이라 하더라도 자기 한 평생만을 살다가 죽을 요량이면 굳이 사람의 피를 빨지 않아도 된다. 암컷 모기는 오직 세상에 자기 종족을 퍼뜨리기 위하여 사람의 피를 먹으려 하는 것이다. 새끼를 세상에 내기 위하여 그렇게 높은 정도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200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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