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버섯의 맛 뒤에 숨겨진 희생

October 31, 2006

버섯의 맛 뒤에 숨겨진 희생 

명 순 구 (고려대 법대 교수) 



  지구상의 생물 중에서 종류가 많은 것으로 치면 버섯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빛깔과 모양이 가지각색인 버섯은 오래 전부터 사람의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이 버섯을 ‘신의 음식’이라고 칭송했다든가 중국인들이 불로장수의 영약으로 이용했다는 기록을 보면 사람이 버섯을 식용한 것도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인 것 같다. 

  수천 종에 이르는 버섯은 모두 생물학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태계에서는 유기물의 분해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공통점과는 달리 각각의 특성도 가지고 있다. 특히 사람을 중심으로 보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먹을 수 있는 것 중에는 먹어서 몸에 아주 이로운 것과 먹으나마나 한 것이 있을 것이다. 한편, 먹을 수 없는 것 중에는 먹어도 죽지는 않는 것과 먹으면 죽는 것이 있을 것이다. 버섯의 종류가 수천 에 이르다 보니 아직도 사람에게 쓸 만한 버섯을 발견해 내지 못한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쓸 만한 버섯을 어떤 방법으로 가려냈을까? 요즘 같이 과학기술이 발전한 상황에서는 성분분석을 통하여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옛날에는 어떠했을까? 한 가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먹어보도록 하는 것이다. 누가 이 위험한 일을 했을까? 잘은 모르지만 노예들이 이 일을 강요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먹고 나서 죽는지 안 죽는지만 알면 버섯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극단적인 리스크는 피할 수 있게 된다. 맛이 있는지 여부는 주인이 직접 음미해보아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버섯에 대한 정보를 만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버섯 중에는 맛과 영양이 매우 훌륭한 것이 많다. 그것을 먹을 때면 왜 그런지 자꾸 버섯 맛보기를 강요당하면서 죽어갔을 노예가 생각난다. 그 노예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오늘 먹어본 버섯이 독버섯이 아니면 오늘까지는 목숨을 지탱할 수 있다. 그 우연한 목숨을 안타깝게 이어갔을 그 사람이 너무 가련하다. 

  요즘에는 확실하게 식용으로 판명되어 시판되는 버섯의 종류만 해도 그 수가 상당하다. 그런데 버섯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아직도 해마다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한다. 요즘에는 노예가 없으니 누가 강요해서 버섯을 먹어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 속에는 버섯을 시식하고 싶은 본능이 숨어있는 것일까? 만약 그러하다면 버섯의 식용 여부를 가리는 데에 노예가 사용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업적일 수도 있다.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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