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언] 법경제학, 민들레 제3권, 세창출판사, 2005

March 19, 2006

발 간 사


  
  민들레 시리즈 제2권으로 『현대미국신탁법』을 번역·출판한 것이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이번에 제3권 『법경제학』을 번역·출판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법학의 논의를 전개함에 있어서도 고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정한 문제인식을 출발점으로 하여 단계를 밟아 논의를 전개하다 보면 몇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비의 순간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주제를 대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의 고비가 있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각 고비마다 일정한 선택을 하여야 할 것인데 문제는 그 선택의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작업에 있어서 그나마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하나의 원칙을 세워놓고 각 고비마다 그 원칙에 비추어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딜레마 요소가 내재하고 있습니다. 기준으로 작용한 원칙이 너무 추상적이면 선택의 기준으로서 역할을 하기가 힘들 것이고, 그 반대로 너무 구체적이면 모든 고비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대륙의 전통적인 법학은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기준으로 학문을 수행하는 성향이 강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태도가 법학방법론의 모든 것은 될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법이라는 것은 법주체 사이에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도구라고 할 것인데, 그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를 어떻게 하나의 일관된 원칙으로 조정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모든 것을 꿰어보고자 하는 것은 체계화를 위한 노력일 것이고, 이러한 시도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아울러 각 고비에서 어떠한 결정이 경제적으로 가장 합리적인가를 기준으로 고민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론이라 할 것입니다. 법경제학은 법과 제도를 경제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경제적 관점에서의 효율성(Efficiency)과 형평성(Equity)이라는 것이 법이 추구해야 할 유일한 가치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법 속에 존재하여야 할 합리성의 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가지의 엄격한 분석도구를 발전시켰는데, 이에 힘입어 경제학적 방법론은 경영학, 정치학, 사회학 등 인접 사회과학에 널리 적용되어 왔습니다. 경제학적 분석방법이 법학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제 법학방법론의 현대적 경향을 주도할 정도로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걸맞게 국내에도 이미 법경제학에 관한 여러 저서 및 역서가 나와 있습니다. 
  선학들의 연구물과 더불어 이 책이 법경제학의 저변확대에 미력을 더할 수 있다면 제게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2006년 3월 19일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연구실에서
기획자 명 순 구 교수 드림



역자 머리말



  이 책은 미국 웨스트출판사(West Publishing Co.)에서 출간한 『Law and Economics』 제3판(2003년)을 번역한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넛쉘 시리즈(Nutshell Series)에 속한 저작물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Jeffrey L. Harrison 교수입니다. 그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법과대학(University of Florida College of Law)에서 독점금지법, 계약법, 법경제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역자가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법대생에게 경제학이 필수과목이었습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경제학을 수강하였습니다. 당시 한때는 경제학의 매력에 푹 젖어들었던 시절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주전공인 법학을 하는 것도 벅차다 보니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프랑스 유학중에 우연히 과실(過失)을 정의함에 있어서 “과실이란 정당한 방지조치비용의 결여이다”라고 하면서 경제학적 시각과 수식으로 과실개념을 설명한 핸드공식(Hand formula)을 접하였다. “과실이란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다. 과실은 주의의무의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추상적 과실과 구체적 과실로 구분된다...”라는 식의 과실 개념으로 굳게 무장되어 있던 역자에게 있어서 핸드공식은 충격이었습니다. 나중에 한 번 기회를 잡아 법경제학을 좀 더 면밀하고 체계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계획을 실천하지 옮기지 못하고 있던 중 약 4년 전에 역자의 대학원 제자를 중심으로 법경제학 강독모임을 운영하였는데, 그 때의 강독교재가 바로 Harrison 교수의 『Law and Economics』 제2판이었습니다. 순서를 정하여 번역과 발표를 거듭하면서 책 전체를 통독하게 되었습니다. 면밀하고 체계적으로 법경제학을 공부하리라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법경제학의 대강을 이해하는 계기는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이 책을 번역·출판하는 것도 강독모임을 좀 더 의미있게 마무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는 중에 Harrison 교수는 제3판을 출간하였고, 이에 제3판을 번역·출판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민들레 제3권의 출간에 있어서 몇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우선, 原著者 Jeffrey L. Harrison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Harrison 교수님께서는 한국에서 번역본을 내는 일에 대하여 原出版社와의 연락 등 귀찮은 일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해주셨습니다. 역자가 해야 할 일을 기꺼이 대신 해 준 Harrison 교수님의 배려는 역자로 하여금 학문적 동지로서의 연대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다음으로, 이 책의 출판과정에서 교정을 맡아 수고한 오영걸 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끝으로, 이 책의 출판을 맡아주신 세창출판사의 이방원 사장님과 임길남 상무님께 감사합니다. 
  책을 출간할 때마다 경험하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약간의 설레임과 큰 두려움이 그것입니다. 이 책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역자의 천학의 결과입니다. 앞으로 제 스스로 다시 살펴보고 독자 여러분들의 지적을 수용하여 새로운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겠습니다.
  이 책이 우리나라 법학의 방법론을 다변화함으로써 학문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역자에게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2006년 3월 19일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연구실에서
역자 명 순 구 교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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