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언] 프랑스민법전 제1권 인, 법문사, 2000
- 명순구
- 2000년 8월 10일
- 3분 분량
머 리 말
2000학년도 제1학기가 가기 전에 완료했어야 할 작업을 이제야 마무리하게 된다. 이 책을 만드는 작업이 뭐 그리 큰 일도 아니어서 마음만 가지면 간단히 끝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리 하지 못하였다. 열심히 연구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가족·친지와 함께 자유로운 시간을 즐긴 기억도 별로 없는데, 이 일이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 강의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이런 저런 잡스러운 일이 많았기 때문일까? 잘 알 수가 없다. 잘 알 수 없는 것을 보니 연구하는 것도 삶의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한 것 같다. 여기 번역된 것은 2000년 7월 31일 현재의 프랑스 민법전(Code Civil)이다. 프랑스 민법전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단순한 비교법적 탐구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법전이 계수법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민법전과 함께 프랑스 민법전 또한 모법으로서의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민법전의 우리말 번역으로 그간 법제처의 법제자료 제87집(1977년)이 있다. 이 자료는 지금까지 프랑스 민법전의 내용을 파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유익성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이 자료가 프랑스 민법 연구자의 저변이 넓다고 할 수 없는 우리 나라의 여건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것이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명백한 오역이 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민법의 전반적 체계와 내용을 고려하지 못한 번역 부분도 간혹 발견되고, 이런 부분들이 학술논문에 그대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법제처의 이 자료는 프랑스 민법전이 제정된 1804년부터 1972년까지의 개정부분만을 담고 있는데, 1972년부터 현재까지 거의 3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많은 법개정이 있었으며, 개정규정 중 민법전에 편입된 부분만 해도 그 양과 질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고 있다.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교수로 취임한 1995년 여름방학 기간 동안에 프랑스 민법전 번역을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 나의 생각은 매우 단순했던 것 같다. 프랑스 민법전이 모두 2,000여 조문이니 하루에 3-5개 조문씩 번역을 하면 2년이면 작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게으름 탓에.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좋은 번역을 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2년이 아니라 5년이 지나도록 아무 결실도 맺지 못하였다. 별다른 구체적 계획 없이 틈나는 대로 번역을 하던 중 2000년 1월 어느날 프랑스 민법전 제1권 부분에 대한 초벌번역에 대강 마무리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양으로 보면 프랑스 민법전 전체의 약 3분의 1에 불과한 것을 앞에 놓고 자그마한 고민에 빠졌다. 이 부분만이라도 우선 출판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전체 번역이 끝난 후 한꺼번에 출판하는 것이 순리이겠으나, 제1권만의 출판 쪽으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그것이 전체번역에 대한 촉매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보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민법전 제정 후에 가장 개정 폭이 컸던 부분이 제1권이라는 점이다. 외국어를 번역하다 보면 늘 느끼는 어려움을 이 작업과정에서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원문을 보면 머리 속에서는 그 의미가 뜨고 입술로 중얼거릴 수 있으나 정작 글로 나타내고자 하면 저 멀리 달아나 버리는 것이 외국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성과 수에 따른 변화에 예민하지 않은 우리의 언어로서는 어떤 수식어에 의하여 꾸며지는 피수식어를 지정해 주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라는 어구에서 잠을 자는 것이 숲인가, 공주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이런 점을 고려하여 나름대로는 세심하게 원어의 의미를 적절한 우리말로 옮기려고 하였으나 늘 만족감을 느낄 정도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왼쪽 면에는 프랑스 원어를, 오른쪽 면에는 우리말 번역을 배치하여 필요에 따라 독자 스스로 보다 정확한 의미를 탐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분들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다. 우선 오늘날까지 역자를 학문의 길로 인도해 주신 崔達坤 선생님과 프랑스의 Jacques GHESTIN 선생님, 두 분 은사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이 자료의 출판을 쾌히 승낙해 주신 법문사의 裴孝善 사장님을 비롯하여 鄭鉉聲 차장님 및 편집부 여러분의 소중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느라 바쁜 일과 속에서도 딱딱하고 지루한 교정·색인작업 등 귀찮은 일을 맡아준 황동욱 군, 김영주 군, 오영걸 군 등 제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내가 연구실에 앉아 별다른 생각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은 아내와 아들 柱賢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전한다. 프랑스 민법전의 내용을 알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이번 번역작업을 출발점으로 하여 다른 부분에 대한 작업도 속도를 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더 정비되고 정확한 번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2000년 8월 10일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연구실에서 明 淳 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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