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普成'·'高麗'의 校名이 가지는 意味

December 31, 1999

'普成'·'高麗'의 校名이 가지는 意味


명순구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우리 역사를 더듬어 볼 때, 구한말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대내외적으로 총체적 위기에 놓여있던 시기였다. 물밀 듯이 밀려드는 외세로부터 우리의 자주권을 수호하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전근대적 체제에 의하여 누적된 내부적 모순현상을 극복하여 근대화를 추진하여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 속에서 고뇌하던 당시 선현들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우리 민족 최대의 시련기에 민족을 선도할 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1905년 출범한 한국 최초의 근대 고등교육기관인 '普成專門學校'와 이 건학이념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高麗大學校'. 이런 이유로 普成專門學校와 高麗大學校의 역사는 곧 한국 근대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각 개인에게 고유의 이름의 있고, 이름 속에는 나름대로 각각 그 유래와 의미가 있다. 손주를 보게 된 할아버지가 그의 이름을 지어준다고 했을 때, 아마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하여 엄청난 고민을 할 것이다. 그런데 좋은 이름은 한 두 가지가 아니며, 그렇다고 하여 한 개인에게 여러 이름을 붙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아버지는 여러 좋은 이름 중에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손주에게 가장 어울리고 또한 장차 손주가 성장하여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고려하여 단 하나의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결국 손주의 이름 속에는 할아버지의 손주에 대한 간절한 바램이 배어있게 마련이며, '되는 집안'이라면 손주는 할아버지의 그 뜻을 마음에 새기고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普成'과 '高麗'라는 校名은 누가 지었으며, 이 이름 속에는 어떠한 바램이 들어있는 것일까? 

  '普成'이라는 校名은 高宗皇帝의 賜名으로 알려지고 있다(이하 高麗大學校, 高麗大學校九十年誌, 고려대학교출판부, 1995, 59면 참조). 어느 날 당시의 日本公使 林權助가 서울에 일본인들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普通小學校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고종황제에게서 하사금을 얻어 가지고 나갔는데, 뒤이어 전문·중학·소학의 대교육체계안을 들고 들어온 李容翊 선생에게 고종황제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普成'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마침 잘 들어왔다. 지금 일본공사 林權助가 와서 普通小學校의 하사금을 얻어갔다. 그런데 '普通' 2자 중 '普'자는 좋은 글자이나, 그 아래 '通'자는 중복되는 연문이다. 짐의 뜻에는 '通'자를 '成'자로 고쳤으면 좋겠다. 古典에 '成人之美'라는 말도...있으니 大·中·小學을 모두 '普成'이라고 고쳤으면 좋겠다." 이러한 사정으로 미루어 보건대, '普成'의 뜻은 "널리 이룬다"는 뜻이 아니라 "널리 인간성을 계발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한다(《論語》〈顔淵篇〉의 "子曰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이용익 선생은 이에 감격하여 어전을 물러났다고 한다. 

  '高麗'라는 校名은 金性洙 선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새 校名으로 '朝鮮', '韓國', '安岩' 등 몇 가지 안이 나왔지만 仁村 선생은 서슴지 않고 단연 '高麗'로 한다는 주장을 관철하였는데, 선생의 지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兪鎭午 선생은 당시의 사정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兪鎭午, 養虎記, 고려대학교출판부, 1977, 192-193면 참조). "우리가 만드는 大學은 반드시 우리 나라나 民族을 대표하는 대학이 되도록 하여야 하겠는 만큼 校名도 반드시 그러한 뜻을 나타내는 것이 되어야 하겠는데, '朝鮮'이나 '韓國'은 역사상 이민족에게 수모를 당한 일이 있어서 싫고, '高麗'도 실은 女眞, 蒙古 등의 시달림을 받은 일이 있지만 '高句麗'의 영광을 계승하여 좋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우리 나라의 외국어 명칭인 Korea, Corea, Corée도 '高麗'의 음을 표기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때 仁村은 앞으로 세워질 통일국가의 국호도 '高麗'로 하고 싶은 복안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는 추측한다. 사실 1948년 우리 헌법을 국회에서 심의하던 당시 仁村이 영도하던 韓國民主黨은 국호를 '高麗'로 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하기까지 하였던 것이다." 仁村은 이름을 정해 놓고, 이 이름을 그 때 막 발족되려는 관립대학인 서울대학교에 빼앗길까봐 조바심하며 서둘러 인가신청을 내도록 하였다고 한다.

  "널리 인간성을 계발한다"는 의미의 '普成', "우리 나라를 대표하고 민족을 영광의 길로 인도한다"는 의미의 '高麗'. 普成과 高麗는 이름을 지은 분들의 바램에 넉넉하게 부응하며,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겨레의 자존심으로 존재하여 왔다.

  바로 앞 일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축지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이미 축지법보다 더한 기술을 체감하는 세상, 옆에 있는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얼굴도 성도 모르는 사람들과 경쟁하여야 하는 세상...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普成'과 '高麗'라는 이름이 지어졌던 시대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시대에도 '普成'과 '高麗'의 뜻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그 뜻이 워낙 숭고하고 크기 때문이다. 세기의 전환기에서 '普成'과 '高麗'가 주는 의미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普成'과 '高麗'가 주는 의미를 현대화하는 것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고대법대소식 제15호(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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