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가수 김유진의 학력인정에 관한 교육부의 입장과 그에 대한 비판

January 31, 2001

가수 김유진의 학력인정에 관한 교육부의 입장과 그에 대한 비판 

명순구 (고려대 법대 교수) 


I. 들어가는 말

  요즘 한 K외국인학교 졸업생인 가수 김유진의 학력문제로 인하여 말들이 많다. 고려대학교에 입학하여 이미 두 학기를 공부한 한 학생에 대하여 교육부는 고려대학교가 입학취소 처분을 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고려대학교의 질의에 대한 교육부의 회신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 ① 외국인학교는 외국인이 자국민의 교육을 위하여 설립한 학교로 우리나라에서는 ‘각종학교에관한규칙’ 제12조의 규정에 의거 각종학교로 인가하고 있으며, 학력인정은 ‘학력인정학교규칙’에 의거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 ② 그러나 우리나라 외국인학교는 모두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로 지정을 받은 바 없어 학력이 인정되지 않으며, 미국영주권을 소지한 내국인이라 하더라도 외국인학교를 졸업하고 고졸 학력인정을 고등학교졸업학력검정고시에 응시하여 합격하여야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다. 

  고려대학교로서는 관련법령을 엄격히 적용한 교육부의 위 회신내용에 따라 문제된 학생에 대하여 ‘입학취소’ 처분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소재한 외국인학교의 위상 및 외국인학교 졸업자의 학력인정 부분을 면밀히 관찰해 보면, 법리적․현실적 양 측면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위와 같은 인식을 토대로 다음에서는 외국인학교 졸업자의 학력인정을 중심으로 이에 관련된 법리적․현실적 문제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II. 외국인학교에 대한 법규율상의 근본문제: ‘법률흠결’

  2000학년도 고려대학교 입시와 관련하여 문제된 김유진은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미국 영주권을 소지하고 있으며, ‘한국켄트외국인학교’를 졸업하였다. 김유진은 2000학년도 특별전형(특수재능보유자전형)으로 고려대학교에 입학하여 2학기 동안 교육과정을 수행해 왔다. 김유진의 경우에 문제되는 것은 “그가 수학한 ‘한국켄트외국인학교’가 외국인학교로서 국내법상 대학입학 학력이 인정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이 사안의 해결에 있어서 법리적 측면에서 아래와 같은 불명확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외국인학교는 개정 전 ‘출입국관리법’(제39조-제45조)의 규정에 기한 ‘외국단체 등록제도’에 따라 교육부장관에게 신고하고, 교육부에서 ‘외국인학교 등록증’을 교부받아 교육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규제개혁위원회’가 행정규제개혁 차원에서 출입국관리법에 규정된 외국단체 등록제도의 폐지를 제시하고, 1999년 2월 5일 관련 법률규정이 폐지됨에 따라 외국단체로서의 외국인학교는 국내법상 존립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외국인학교를 국내의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는 조치를 취하였다. 1999년 3월 8일 ‘각종학교에관한규칙’을 개정하여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외국인학교에 대하여 교육관계 법령상의 ‘각종학교’로 설립인가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각종학교에관한규칙 제12조). 

  이와 같은 방법으로 형식적으로는 외국인학교에 대한 국내법적 규율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 출입국관리법 하에서는 ‘출입국관리법’이라는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었던 사항이 출입국관리법 개정 이후로는 ‘법률’이 아닌 ‘명령’(교육부령)으로서의 ‘각종학교에관한규칙’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다는 점은 법체계적․법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사업의 체계성 유지와 그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외국인학교에 대한 법적 규율은 ‘입법사항’으로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 출입국관리법상의 외국단체 등록제도를 대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법률’이어야 할 것이지 행정부의 ‘명령’차원에서 접근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종학교에관한규칙 제12조는 상위 규범과 체계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사실상 이 조항만으로는 외국인학교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고려한 법적 규율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요컨대, 외국인학교에 관한 국내법적 규율에 있어서 현재 ‘법률흠결’ 상황에 있다고 판단된다. 


III. 외국인학교에 대한 법적 규율의 비합리적 요소

  외국인학교도, 대한민국 영토에서 교육사업을 수행하는 한, 그 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국내법적 규율이 있어야 하며, 이 규율은 ‘법률’ 차원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범적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위에서 지적하였다. 교육부령으로서의 ‘각종학교에관한규칙’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각종학교에관한규칙’을 포함한 교육관련 법률하위 규범들 또한 외국인학교에 대한 법적 규율에 있어서 중대한 비합리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되며, 그 구체적 내용 중 중요한 것을 적시하면 아래와 같다. 

  1. 외국인학교 졸업자의 학력인정에 관하여

  외국인학교 중 ‘각종학교에관한규칙’ 제12조에 따라 각종학교로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학교는 2000년 12월 현재 전체 외국인학교의 50%에 못 미치는 23개교라 한다. 논의의 핵심과 직접 관련되는 것은 아니나, 출입국관리법 개정으로 인하여 외국인학교로서는 불의의 부담을 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출입국관리법 개정 전에는 외국인학교는 ‘외국단체 등록제도’에 따라 교육부에서 ‘외국인학교 등록증’을 교부받아 교육활동을 할 수 있었으나, 개정 후에는 인가절차를 밟아야만 적법하게 교육활동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의 투자확대 등의 이유로 외국인 내지 외국단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실행된 출입국관리법 개정이 외국인학교에게는 오히려 개정취지와 상반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학교 졸업자의 학력인정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2001년 1월 현재까지 학력인정을 받은 외국인학교는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인학교 졸업자의 학력인정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이러하다. 외국인학교는 현행법상 ‘각종학교’인데, 이 각종학교는 ‘학력인정학교지정규칙’(교육부령)에 따라 학력인정을 받은 경우에 한하여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그러하지 못한 때에는 졸업 여부와 상관없이 검정고시를 통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학교 졸업자의 학력인정에 관한 위와 같은 경직된 입장은 외국인학교 자체의 본질에는 물론, 외국인학교를 특수한 교육기관으로 관념하고 있는 교육관련 법령의 기본구도와도 합치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교육목적, 교육과정, 학제, 교원 자격 등의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학교와 다른 차별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외국인학교의 법적 지위를 단순히 ‘각종학교’ 형태로 설정하는 규율태도의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 이러한 입장으로 인하여 실제로 법령의 집행 과정에서 많은 난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입법론적 차원의 문제이다. 

  교육과정과 내용에 있어서 우리의 그것과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학교에 우리나라의 기준을 요구한다는 것이 합리성이 없다는 점, 그리고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학교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외국인학교가 ‘각종학교’로서 학력인정 지정을 받기 위한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 외국인학교 졸업자에 대한 학력인정에 있어서 난점을 보이는 부분은 외국인 학생이 아니라 내국인 학생의 경우이다. 외국인 학생의 경우에는 국제관례상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당해 외국인학교가 자국에서 학력을 인정받는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학력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초·중등교육법 제96조 제1항 제2호, 제97조 제1항 제3호, 제98조 제1항 제3호 참조). 

  결국, 동일 학교 졸업자라 하더라도 당해 학생의 국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차별적 학력인정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은, 만일 내국인에 대해서도 외국인과 동일하게 다룰 경우 외국인학교 취학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 등이 깔려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외국인학교의 입학조건으로써 조정할 문제이지 동일한 학교 졸업자에 대하여 국적에 따라 상이한 취급을 하는 식으로 대처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학력인정에 있어서 동일한 학교의 졸업자에게 국적에 따라 상이한 지위를 주는 것은 법리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첫째, 교육부가 ‘각종학교에관한규칙’에 따라 일정한 외국인학교를 국내법상의 ‘각종학교’로 설립인가한 경우에 이 인가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요인이 된다. 인가의 대상은 외국인학교 자체이므로 인가된 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동일한 지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이다. 둘째,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내국인이 외국의 우수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허용되는데 반해, 검정고시를 거치지 않는 한 국내에서는 어떠한 상급학교에도 진학할 수 없다는 형평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동일한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경우, 외국인과 달리 내국인은 그가 비록 외국인에 비하여 극히 우수한 학업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상급학교 진학이 불가능하다는 또 다른 형평상의 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우수한 내국인은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재반론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외국인학교의 학력인정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외국어로 진행되는 외국인학교의 전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한 내국인으로서 우리말을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 경우(예: 대부분 외국에서 생활한 외국 영주권자), 이 학생에게 검정고시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어로 진행되는 검정고시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학력인정에 있어서 동일한 외국인학교의 졸업자에게 국적에 따라 차별적 취급을 하는 것은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 구조적 관점에서 시급하게 입법론적 대안을 모색하여야 시점이라고 본다. 그런데 입법적 대처가 부재하고 학력인정을 받은 외국인학교가 전무한 현재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내국인이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하여는 검정고시를 통과하여야 한다는 해석 이외의 해석방법은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문제상황은 외국인학교에 대한 국내법적 규율에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당해 법령의 문언에 정면으로 배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목적론적 해석을 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리함으로써 규범이 현실상황을 적절하게 규율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바람직한 입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2.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외국 영주권자의 학력인정에 관하여

  고려대학교의 2000학년도 입시에서 문제된 김유진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국적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김유진은 내국인이므로 외국인학교를 졸업했다 하더라도 검정고시를 통과하는 방법에 의하여야만 국내 대학입학을 위한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김유진은 대한민국 국적자임과 동시에 미국 영주권을 소지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개념으로서의 영주권은 ‘국적’과 구별되는 것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게 그 나라에서 영주할 수 있도록 부여된 권리를 말한다. 그러므로 때에 따라서는 내국인이기는 하나 문화습관이나 언어사용에 있어서 외국인이나 다를 바 없는 외국 영주권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영주권은 국적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해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러한 사정에 기초하여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 ‘재외동포재단법’ 등이 제정․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학교의 입학자격에 있어서도 외국 영주권자는 외국적자 및 외국 시민권자와 함께 원칙적인 유자격자에 해당한다(외국인학교 입학자격 요건은 법률도 명령도 아닌,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에 보낸 지침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 또한 법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관계 법령은 국적만을 기준으로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별하고 있을 뿐, 내국인으로서 외국 영주권자에 대하여는 규율하는 바가 없다. 국적과 영주권의 양 개념이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영주권자에 대한 규율이 있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있어서 규율흠결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김유진과 같이 내국인으로서 외국 영주권자가 국내에서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경우에 그의 학력인정은 외국인의 지위를 유추할 것인가 아니면 내국인의 지위를 유추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교육부의 입장은 김유진의 학력인정에 있어서 외국인 또는 내국인의 지위를 유추할 것인가 하는 방향에서 문제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국적을 기준점으로 하여 김유진을 당연히 내국인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법은 영주권의 개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느낌이 있다. 또한 이러한 접근은 때에 따라서는 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적자의 정당한 권익을 무시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입장을 그대로 관철했을 때 ‘김유진’이라는 한 특정인의 정당한 권익을 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반론적 관점에서의 지적일 뿐이다.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국내의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외국영주권자에 대한 학력인정 여부는 단순히 국적만을 표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에게 외국인의 지위를 유추할 것인가 아니면 내국인의 지위를 유추할 것인가 하는 보다 유연한 방향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학력인정과 관련하여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외국 영주권자를 외국인에 준할 것인가 아니면 내국인에 준하여 처리할 것인가? 이 문제에 관한 법적 규율에 있어서 법흠결과 비합리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법운용권자로서는 교육관계 법령의 기본틀과 취지를 고려하면서 명시적 문언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목적론적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외국 영주권자의 학력인정은 외국인에 준하여 처리하는 것도 현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 중 중요한 것을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영주권 개념은 국적과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영주권의 실제적 의미에 부합하는 법운용이 필요하다.

  둘째, 외국인학교 입학자격과 학력인정에 있어서의 2중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에 있어서 외국 영주권자는 외국인과 함께 원칙적인 유자격자로 보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 국적과 상관없이 외국 영주권을 가진 학생의 특수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학력인정에 있어서는 이와는 다른 단순한 기준, 즉 국적을 표준으로 하고 있다. 외국인학교 입학기준과 학력인정에 있어서 외국 영주권자에게 가해지는 이와 같은 이중기준은 교육정책 수행에 있어서 심각한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IV. 법률분쟁 가능성: 사법적 판단 가능성을 전제한 법집행(?)


  위에서는 외국인학교 졸업자의 학력인정과 관련한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였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외국인학교에 대한 국내법적 지위에 관한 규율에 있어서 현재 ‘법률흠결’ 상황에 있다; ② 외국인학교 졸업자의 학력인정에 대한 교육관계 법령에 규율흠결과 비합리성이 내포되어 있다. 규범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고려대학교의 2000학년도 입시에서 문제된 김유진과 같은 경우에 그가 내국인이라는 이유로 검정고시를 통과하는 방법에 의하여야만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경직된 해석을 한다면, 법률분쟁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부의 규범해석에도 일리가 있으나, 외국인학교와 관련한 법규의 흠결과 불명확성 등으로 인하여 김유진의 입장에서도 교육부의 법집행 태도를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유진을 일방당사자로 하는 법률분쟁의 상대방으로서는 교육부뿐만 아니라 고려대학교도 포함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학교가 교육부의 회신내용에 따라 김유진에게 ‘입학취소’ 처분을 한다는 것은 법률분쟁의 가능성이 농후한 결론을 취한 것으로, 처음부터 문제해결을 사법부에 위임하는 모습이 되는데, 이는 교육기관으로서 채택하기 어려운 해결방안이라고 생각된다. 위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사실 이 사안은 법의 적용이 개재된 것이기 때문에 개별 대학교 차원에서 자체의 재량권 한도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인식을 토대로 교육행정 책임부서인 교육부로서는 기존의 입장을 전환하여서라도 보다 확신있는 법집행을 수행하여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사법적 판단을 전제한 법집행으로 인하여 김유진에 관한 사안이 보다 심각한 국가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어 교육행정 및 학교기관에 대한 또 다른 불신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김유진에 관한 법분쟁은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좁은 의미에서의 사법심사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소송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 헌법은 건국헌법 이래 지금까지 기본권으로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 제31조 제1항의 ‘교육을 받을 권리’는 개개인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수학권’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그 자녀에게 적절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주도록 요구할 수 있는 ‘교육기회제공청구권’까지 포괄한다. 이는 분쟁의 인적 범위가 상당한 정도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헌법 제31조 제6항은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여 ‘교육제도의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각종학교’도 국내 교육기관의 틀 속에 위치한다고 보고자 한다면 법률적 차원의 입법조치가 있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정한 경우에 기본권제한이 있을 수 있으나, 제한의 방식은 최소한 ‘일반성’과 ‘명확성’을 가진 법률에 의하여야 하고 그 방식에 있어서도 ‘보충성의 원리’, ‘최소침해의 원리’, ‘적합성의 원리’, ‘비례의 원칙’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김유진에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고 했을 때, 이러한 요건과 방식에 따른 ‘기본권 제한’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요컨대, 김유진의 문제가 발단이 된 이 사안에 대하여 교육부로서는 관계법령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여 합리적이고 확신있는 태도를 견지해 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입학취소’라는 극단적인 처분이 아닌, 법령과 대학교 교칙의 한도 내에서 관계당사자의 합의에 기초한 보다 완화된 처분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V. 분쟁의 확대 가능성

  한국에 있는 외국인학교에는 자국 정부로부터 설립 인허가를 받고 자국으로부터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학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각종학교에관한규칙’에 따라 외국인학교로 인가를 받았으나 인가조건을 명백히 위반하여 사설학원과 같은 형태로 강의를 개설․운영하는 외국인학교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민원사항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유형의 민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행정관청의 외국인학교에 대한 지도․감독이 확고한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졌는지 하는 사항에 대하여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국 정부로부터 설립 인허가를 받은 외국인학교의 경우에는 상호주의의 국제관례에 따라 당해 학교 졸업자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학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 옳다. 그런데 상호주의원칙이 적정하게 실행되지 못한 부분도 없지 않다. 예컨대, 외국인학교의 자국 정부는 당해 국가에 소재한 한국의 교포학교의 학력을 일괄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에 반해, 우리는 국내에 소재한 외국인학교의 학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경우에 따라서는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여지도 내포하고 있다.

  반대로, 자국으로부터 학력을 인정받은 바 없는 외국인학교의 경우에, 그 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 외국인에게는 자국으로부터의 학력인정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 없이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허용한다면 이는 극히 부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외국인으로서 자국으로부터의 학력인정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국내의 상급학교 진학을 허용한 사례가 있다면 이러한 학생들에 대하여는 입학시점이 언제인가와 상관없이 모두 ‘입학취소’ 처분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몇 십 년 전에 상급학교에 진학한 사람들의 입학이 취소되고, 이에 따라 심각한 교육행정 혼란상태가 야기될 수 있다. 참고로 우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학생에 대한 학교의 편입학허가...등이 그 자격요건을 규정한 교육법 제111조, 제112조, 제115조에 위반되어 무효라면 이와 같은 당연무효의 행위를 학교법인이 취소하는 것은 그 편입학허가 등의 행위가 처음부터 무효이었음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여 확인시켜주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신의칙 내지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고, 그러한 뜻의 취소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지도 않으며 그와 같은 자격요건에 관한 흠은 학교법인이나 학생 또는 일반인들에 의하여 치유되거나 정당한 것으로 추인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대판 1989. 4. 11. 87다카131 등 참조)라고 한다. 

  요컨대, 김유진과 같이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내국인의 학력인정으로부터 출발된 문제가 이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영역의 보다 넓은 범위의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VI. 맺음말

  최근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특정인의 투서에 기초한 언론매체의 보도가 발단이 되어 외국인학교 문제가 일반적 사회문제화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특히 유감스러운 것은 한 나라의 대학입시제도가 개별적 투서에 의하여 혼선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언론매체의 보도태도를 보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기초하지 못한 부분도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 외국인학교에 국가교육 책임부서의 소신있는 법집행과 아울러 외국인학교에 대한 법률적 근거 및 운영․관리에 관한 근본적인 대책수립이 시급하다. 특히 이 사안은 한 사람의 이해관계에 한정되는 개별적·지엽적 문제가 아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이상, 대한민국의 책임있는 교육기관인 고려대학교로서는 문제된 학생에 대한 처분에 대하여 숙고하여야 한다. 교육제도에 있어서 대학입학제도가 가지는 자체의 중요성 및 이것이 국가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심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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