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미아교차로는 '삼거리'인가 '사거리'인가?
미아교차로는 '삼거리'인가 '사거리'인가?
명순구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모교 안암동산에서 시작하여 의정부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미아삼거리'라고 불러왔던 미아교차로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현재 이 지점에 대한 명칭에 약간의 혼란이 있는 것 같다. 도로의 표지판들은 모두 '미아사거리'로 표시하고 있는데 반해, 이 부근의 지하철역 이름은 '미아삼거리'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공식지명이 두 개일 수는 없으므로 이들 중 하나는 잘못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현재 미아교차로는 동쪽으로는 장위동, 서쪽으로는 길음동, 남쪽으로는 안암동, 북쪽으로는 의정부로 통하게 되어 있다. '미아삼거리'는 동쪽 길이 나지 않았을 때의 명칭이므로 '미아사거리'로 바꾸어 부르는 것 같다. 현재 이 교차로의 형상을 보면 '미아사거리'로 통일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미아교차로에 대한 명칭이 고유명사라는 점에 유의한다면 형상의 변화에 따라 이름을 변경하는 사고의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 미아교차로에 길을 하나 더 낸다면 '미아사거리'라는 명칭은 '미아오거리'로 대체될 것이므로 '미아삼거리'와 마찬가지로 '미아사거리'라는 명칭 또한 한시적인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는데, 지명이 한시적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논리비약이 될지는 모르나 지명을 바꾸어 부르는 태도에서 우리의 바람직하지 않은 사고방법의 일면을 본다. 과거의 역사에 대한 음미와 반성을 토대로 현재의 의미를 찾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문명사회에서의 올바른 역사인식 태도라고 본다면 현상에 따른 지명변경은 문제가 있다. 과거의 사실은 그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든 부끄러운 것이든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또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고려하지 않는 성향은 세대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소로도 작용하는 것 같다. 신진세대와 원로세대는 그들이 보다 세련되기 위하여 서로 상대방에게 구하여야 할 것이 많다. 이들 사이의 화목한 관계형성에 있어서 관건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정도에 달려있으며,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하여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공감대 발견의 단서로 모든 세대가 공유하는 역사를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하여 신진세대는 과거를 몸으로 경험한 원로세대에게 많은 것을 물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현상에 따라 자꾸 지명을 변경하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면 신진세대가 의문을 품을 기회조차 없을 것이고, 따라서 원로세대가 신진세대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분명히 사회적 손실이다. 미아교차로의 명칭으로는 '미아삼거리'가 타당하다. "미아교차로가 분명히 네 갈래길인데 왜 '미아삼거리'입니까?"라는 신진세대의 물음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원로세대는 다음과 같이 답해 줄 것이다. "...이유로 동쪽길이 하나 더 생겨 네거리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일이 있었는데, ...일은 잘 된 것이고 ...일은 잘못된 것이니 마음에 잘 새겨두시오."
[고대교우회보(2000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