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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배추벌레와 나비의 차이

배추벌레와 나비의 차이 명순구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번 겨울은 춥기도 하였거니와 눈도 많이 내렸습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이 온다고 좋아한 사람도 많았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눈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한강 변에 펭귄이 돌아다녀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을 만큼 차갑고 하얀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봄을 말하고 있습니다. 봄이 오면 들판에 배추흰나비들도 날아 다니겠지요. 배추흰나비는 흰나비과의 나비입니다. 수컷의 날개는 유백색이고, 암컷은 황색이 섞여 있습니다. 배추흰나비의 유충은 배추벌레인데, 이것은 무, 배추 등에 대하여는 해충입니다. 그리고 배추벌레는 징그럽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배추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면 아름답다고 또는 예쁘다고 말합니다. 배추벌레와 나비는 사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은 변태를 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모습이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고 머리카락의 수가 상당히 줄어드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생김새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변해갑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대중가요를 모두 따라한다는 것도 어렵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 하여 질서 없이 마구 뒤바뀌지는 않습니다. 어찌보면 어린 시절의 마음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면서 살아갑니다. 어린 시절에는 번민도 많습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의 방황과 번민은 마치 배추벌레의 살기 위한 몸부림과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농부가 뿌린 독약에 배추벌레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비에는 날개가 있어 독약이 없는 곳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습니다. 배추벌레의 생을 위한 끝없는 투쟁이 자신의 몸을 아름답고 유능한 나비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개나리가 피어도 별로 이상할 것 같지 않습니다. 2001년의 새봄, 우리들의 어깨에 예쁜 날개가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2001. 3.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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