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립대학의 설립, 경영주체는 재단법인이 아니다
사립대학의 설립, 경영주체는 재단법인이 아니다. 명 순 구 (고려대 법학과 교수)
‘재단이사’, ‘재단이사장’, ‘비리 사학재단’... 사립대학의 설치·경영주체를 말할 때 흔히 ‘재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용어가 과연 정확한 것일까? 아니다. 사립학교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사립대학의 설치·경영주체가 ‘재단법인’인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다가 1963년 제정·시행된 사립학교법 제3조는 이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학교법인’만이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립대학의 설치·경영주체는 ‘학교법인’이지 ‘재단법인’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이라는 용어가 계속 통용되는 것은 예전의 이름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학교법인이 재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법인이 재단의 성질을 많이 내포하고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결코 재단법인은 아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1963년 사립학교법 제정 당시의 부칙을 보아도 명백하다. 부칙 제2조 제1항은 “이 법의 시행 당시 제3조에 규정된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민법에 의한 재단법인은 이 법의 시행일로부터 6월 이내에 그 조직을 학교법인으로 개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법인의 실체는 무엇일까? 법인을 그 실체를 기준으로 분류할 때 가장 전형적인 것이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이다. 그러나 모든 법인이 사단법인 또는 재단법인 중 하나에 속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법인도 존재하는데 사립학교법에 의하여 설립되는 학교법인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학교법인을 순수 재단법인으로 파악하게 되면 학교를 재산으로 보게 되어, 대학사회를 구성하는 교수, 직원, 학생과 같은 존재는 학교법인의 실체를 구성하지 않는 것으로 된다. 즉 대학사회의 인적 요소는 그 존재 자체가 없는 것으로 된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고 행정을 하는 것은 사람임이 분명한데 그들의 존재가 학교법인의 실체와 무관하다니... 이러한 결과는 학교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기막히게 멋진 논리적 무기가 되겠지만, 상식에는 반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학교법인의 재단으로서의 성격에 집착하여 극단적인 주장을 편다면 이는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설과 사람 모두 학교법인의 실체라고 보는 것이 사물논리에 합치한다. 사립학교법도 이러한 사물논리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여 왔다고 평가된다. 즉 학교법인에 대하여 재단으로서의 성격에 사단으로서의 성격을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사립학교법 제26조의2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이다. 평의원회는 교원·직원 및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하되, 동문 및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을 포함할 수 있다(사립학교법시행령 제10조의6 제1항). 대학평의원회는 학교법인에 있어서 교육의 중요사항에 대한 심의·자문기능을 수행하는데 사립학교법은 이 기구를 정관상의 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학교사회의 인적 요소를 구성원으로 하는 대학평의원회가 학교법인의 정관에 편입된 이 시대에 “학교법인은 재단이므로 출연자의 의사가 절대적이다.”라는 식의 주장은 오히려 무모하기까지 하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정확성에 대한 검증도 없이 어떤 용어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그 용어에 맞추어 사실이 규정되는 경우가 있다. 사립대학의 설치·경영주체는 결코 재단법인이 아니다. ‘재단’이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하여 학교법인이 재단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잘못된 말에 현혹되거나 현혹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학교법인과 재단 혼동말자"의 제목으로 한국대학신문 제626호(2007년 11월 5일 ~ 11월 10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