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 동아시아컵 진짜 우승 맞다
대한민국, 동아시아컵 진짜 우승 맞다 명순구(고려대 교수)
얼마 전에 끝난 ‘2008 동아시아컵’ 축구대회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했다.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네 나라가 풀리그로 경합을 벌인 결과이다. 전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이 1승 2무로 승점 5점이었다. 승점이 같으면 골득실을 따지게 되는데 이것도 같았다. 골득실이 같으면 다득점으로 승자를 가리는데 여기에서 한국이 일본에 앞선 것이다. 승점이 같은 경우에 관한 이러한 승부 결정방법은 FIFA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은 손을 좀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잘은 모르지만, 그간 FIFA 규정은 공격축구를 장려하는 쪽으로 개정되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승점이 같은 경우에 대한 처리방식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공격 부문을 중심으로 승부를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축구라는 것이 골 맛이고 보면 공격축구를 장려하는 FIFA의 입장은 수긍이 간다. 그런데 승점이 같은 경우에 대한 처리방식까지 공격 부문의 우수성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까? 축구 경기에서는 몸끼리 부딪치는 일이 흔하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반칙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어떤 경기를 보면 볼썽사나운 장면도 드물지 않다. 삿대질을 해가며 욕을 퍼붓는다든가, 팔꿈치를 사용하여 교묘하게 상대편 선수를 때린다든가, 축구공과 상관없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든가... 방법도 가지가지이다. 지나친 반칙에 대해서는 옐로카드 또는 레드카드의 경고가 따르게 된다. ‘2008 동아시아컵’ 국제축구대회에서 중국은 소위 ‘더티플레이’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중국이 한국, 북한, 일본과의 3경기에서 받은 경고는, 옐로카드 16장, 레드카드 2장, 모두 18장이다. 경기당 평균 6장인 셈이다. 국제경기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 하려면 왜 축구를 할까? 중국 축구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 반면, 대한민국은 반칙에 있어서 중국과 상반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네 팀 중에 가장 깨끗한 경기를 펼쳐 ‘페어플레이 상’을 받았다. 자랑스러운 성과이다. 더럽게 이기는 것보다는 깨끗하게 지는 편이 훨씬 값진 일이다. 승부는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닌데, 더러운 승리는 결코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질 줄 아는 우아한 마음에는 희망이 함께 한다. 오늘의 얄팍한 승리보다는 영원한 승리가 값진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승점이 같은 경우의 승부결정 방식에 관한 FIFA 규정의 개정을 생각해 본다. 다른 규정들에 대해서는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되, 승점이 같은 경우에 대한 처리방식만은 페어플레이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어떠할까? 그래서 가령 승점이 동일하다면 반칙을 적게 한 팀의 손을 들어주자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보다 훨씬 균형과 품격이 있는 규정이 될 것 같다. FIFA 규정의 개정이 어려운 일이라면 국내경기의 규정이라도 고쳤으면 좋겠다. 그것도 어렵다면 학생들의 경기규정만이라도 고쳤으면 좋겠다. 그래서 깨끗한 승리의 가치가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으면 좋겠다. 이것이 어디 축구뿐이랴! 새로운 제안에 따르더라도 ‘2008 동아시아컵’에서의 우승자는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반칙을 적게 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동아시아컵 진짜 우승 맞다!”
[고대신문 2008.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