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대 앞 재개발사업: ‘대립’을 넘어 ‘윈윈’ 구도로

June 2, 2008

고대 앞 재개발사업: ‘대립’을 넘어 ‘윈윈’ 구도로

고려대 법학과 명순구 교수



  고려대 정문 앞에 평균 16층 높이의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재개발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어떤 이는 목돈을 만질 꿈을 꿀 것이다. 애초에 분양권이 없거나 혹은 분양권이 있어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절망감에 아파할 것이다.  

  고려대는 어떠한가? 정문 앞 평균 60m 높이의 빌딩숲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오래전부터 고려대는 고층아파트보다는 외국의 예와 같이 학교·주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캠퍼스촌’으로 개발할 것을 제안해 왔다. 이에 대하여 일부 주민은 자신들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에 대하여 고려대가 왜 간섭하느냐고 반박한다. 그들로서 할 수 있는 말이기는 하나 이에 대하여 고려대는 할 말이 없을까? “고대 캠퍼스는 정문 앞 아파트 주민의 정원(庭園)인가?”라며 쓴웃음을 짓는 학생을 본 적이 있다. 재개발의 방향을 고층아파트로 고집하는 한 논쟁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혹자는 상이한 의견을 조정하기 위하여 법이 있는 것이니 “법대로 하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법은 ‘바람직한 명령’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명령’일 뿐이다. 

  이웃끼리 으르렁거리며 사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충돌할 때에는 제3의 선택이 유용할 수 있다. 정문 앞 재개발계획의 컨셉으로 ‘교육친화’ 모델을 제안해 본다. 주민들은 단기이익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고려대는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가 또는 서울시가 힘을 보탠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재개발사업이 세상을 멋지게 변화시킨 사례로 꼽히게 될지도 모른다.

  다음과 같은 풍경을 상상해 본다. 고대 정문에서 바라보면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 정문 앞에서 자동차는 지하차도로 운행하고 건너편 공간에는 주차장이 모두 지하에 있기 때문이다. 정문에서 직진하면 양쪽으로 주민과 학생들을 위한 식당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우아하게 자리잡고 있다. 깔끔하게 지어진 타운하우스(저층 공동주택) 중간에 ‘희망’이라는 이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 이들 학교에는 운동장이 없다. 고려대의 시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에 고대 캠퍼스에 모여 재잘거리고 있다. 고대 생물학과 학생들과 홍릉수목원에서 자연학습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리의 중학생들은 로스쿨 세미나실로 향하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법철학교수의 특강(주제: “법은 꼭 있어야 할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한 물리학 교수는 특강을 위하여 바쁜 걸음으로 중학교 교실로 향하고 있다. 상상에 불과한 풍경일까? “우리가 이래가지고는 안 된다!”라는 말을 흔히 한다. 그렇다면 과거와는 달리 살고자 힘써야 한다. 재건축을 하기 위한 안전진단에서 하위등급을 받고 ‘경축’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대는 사회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 고층아파트로 재개발하려는 것은 매우 저급한 계획이다. 눈앞의 이익에 목숨을 걸어가지고는 결코 우아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우아하지 않은 것들은 곧바로 쓰레기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희망초등학교’와 ‘희망중학교’ 졸업생들은 모두 그 이름대로 세상에 희망을 심는 따뜻한 엘리트가 되었다. 그래서 정문 앞 타운하우스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고 싶어하는 명품 주택단지로 이름이 높다.

 


[고대신문 2008.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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