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반대학원’보다는 ‘학술대학원’
‘일반대학원’보다는 ‘학술대학원’ 명순구 (고려대 법대 교수)
고등교육법 제29조의2 제1항은 세 부류의 대학원을 규정하고 있다. 일반대학원(학문의 기초이론과 고도의 학술연구를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 전문대학원(전문 직업분야의 인력양성에 필요한 실천적 이론의 적용과 연구개발을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 특수대학원(직업인 또는 일반 성인을 위한 계속교육을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이 그것이다. 세 부류의 대학원 중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대학의 정통적 아카데미즘을 담아내는 것은 단연 ‘일반대학원’이다. 그리고 ‘일반대학원’에 대한 법률의 개념정의 또한 손색이 없다. 문제는 ‘일반대학원’이라는 명칭이다. 대학의 본원적 핵심기능은 고도로 전문화된 학술연구에 있다. 고등교육법 제29조의2 제1항이 “학문의 기초이론과 고도의 학술연구를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을 가장 먼저 제1호로 배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일반대학원’이라는 명칭은 실질과 너무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일반’(一般)이라는 말은 ‘普通’ 혹은 ‘普遍’과 유사한 의미로 쓰이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專門’과 대비되는 의미로 이해되기 쉽다. ‘일반대학원’이라는 명칭은 전문적이고 특별한 것을 모두 빼고 난 나머지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일반대학원’ 대신에 그 실질에 부합하는 다른 명칭으로 변경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일반대학원’이라는 명칭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알아보자. 예전에는 대학원이라고 하면 당연히 “학문의 기초이론과 고도의 학술연구를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때의 대학원은 오직 고등교육법 제29조의2 제2항 제1호에서 말하는 ‘일반대학원’을 의미하였다. 그러다가 대학원이 다원화되어 행정대학원·교육대학원 등의 특수대학원이라든가, 의학전문대학원·경영전문대학원·국제대학원 등의 전문대학원과 같은 특화된 목적의 대학원이 생겨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논리적으로 특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은 대학원의 하위개념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학원’이라고만 해가지고는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대학사회에서는 원래의 대학원을 특수대학원 및 전문대학원과 구별하기 위하여 ‘일반대학원’이라는 명칭을 관용하기 시작했다. 이 명칭은 대학원규정(1997년 대통령령) 제2조에 반영되고, 2007년에는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드디어 법률의 수준에서도 ‘일반대학원’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학문의 기초이론과 고도의 학술연구를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을 어떻게 칭해야 할까? ‘대학원’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특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이 생겼다고 하여 반드시 원래의 이름을 버려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수대학원 및 전문대학원과 굳이 구별하여 말해야 할 경우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해결책도 만족할만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특수대학원 및 전문대학원과 같은 차원의 개념으로 ‘일반대학원’을 대체할 수 있는 명칭을 고안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 명칭으로 ‘학술대학원’을 생각해 본다. 현행법의 ‘일반대학원’이라는 명칭은 학술연구를 업(業)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별로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명칭은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마저 풍기면서 미래 학계의 주인공인 학문후속세대들에게도 결코 격려가 되지 못한다. 전문적 학술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원이 제 이름을 제대로 찾지 못하다 보니 ‘특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은 본의 아니게 무례를 범하게 된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이라고나 할까... ‘일반대학원’이라는 명칭에서는 고등교육법 제29조의2 제1항 제1호가 겨냥하고자 하는 아카데미즘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름이 절대적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때에 따라서는 이름이 실체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지금 국회에는 고등교육법 제14조 제1항에 대한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요지는 전문대학의 장(長)도 ‘학장’이 아닌 ‘총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학교장의 명칭을 개정하는 것보다 ‘일반대학원’을 ‘학술대학원’으로 개정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게 다가온다. 요컨대, 고등교육법 제29조의2 제1항 제1호의 ‘일반대학원’을 ‘학술대학원’으로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고대신문 2008.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