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입학특별호] “4년+10일≠10일+4년”
“4년+10일≠10일+4년” 명순구[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년을 365일로 계산한다면 4년 10일이나 10일 4년이나 모두 1470일로 같은 날수입니다. 덧셈에서 성립하는 교환법칙에 따라 수학적으로는 “4년+10일=10일+4년”이지요. 우리의 실제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까요? 신입생 여러분을 뜨겁게 환영합니다. 입학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웬 수학 얘기냐고요? 대학생활 4년과 그 후 10일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4년의 날들을 보람차게 보낸다면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은 10일이면 족할 것이고(“4년+10일”), 제대로 보낸 날이 10일에 불과하다면 4년 동안 진로를 걱정할 것입니다(“10일+4년”). 신입생 여러분은 모두 “4년+10일” 유형에 속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자연히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은 어떤 것일까요? 첫째, 어떤 일이든 그것을 도모함에 있어서 마음을 온통 바치세요. 그렇지 않으면 비록 뜻을 이루어도 자신의 인생에 궁극적인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의 성공이 미래의 또 다른 성취를 위한 동력이 되지 못합니다. 둘째, 자연을 경외하고 그 이치를 관찰하는 데에 힘쓰세요. 알고 보면 세상의 모든 평범한 존재들은 쓸데없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은 학문적 호기심의 원천입니다. 셋째, 이웃의 고통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세요. 모두 헐벗은 동네에서 혼자 밍크코트를 입는 것은 추악한 탐욕일 뿐입니다. 넷째, 균형감각으로 무장한 열정이 필요합니다. 열정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나 균형이 없으면 무모하다는 말을 듣기 쉽습니다. 다섯째, 고려대를 사랑하되 결코 그것에 얽매이지 마세요. 고려대라는 존재는 남을 배척하는 기준이 아니라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온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입니다. 여섯째, 만원만 더 쓴다는 마음으로 사세요. 살다보면 계산이 애매한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만원을 더 내자!”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그러면 아마 여러분을 아끼는 사람이 늘어갈 것입니다.
[2009. 2. 25. 고대신문 입학특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