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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언] 법의 눈으로 안중근 재판 다시 보기, 로두스 제2권, 고려대학교출판부, 2010

발간사

사람 생활의 하루하루가 크던 작던 역사와 무관한 날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2010년은 한국 역사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올해는 1910년 8월 29일의 이른바 ‘경술국치’(庚戌國恥)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일제는 한일합병조약에 따라 대한제국의 순종으로 하여금 양국(讓國)의 조칙을 내리도록 했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국권을 완전히 상실하고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2010년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일본법원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 의사에 대하여 일본형법 제199조(살인)를 적용하여 사형을 선고하였고 1910년 3월 26일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이렇게 뜻 깊은 2010년을 맞이하여 로두스 제2권은 1909년 10월 26일에 있었던 안중근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로두스 시리즈는 사회적·실천적 의미를 가진 법적 이슈를 선정하여 시각은 전문가 수준을 유지하되 표현방식과 문체는 매우 평이한 법학에세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같은 주제에 대하여 법학 외의 학문을 하는 분들, 더 나아가서는 일반인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특히 이 책은 만화를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법학 주제의 문헌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형식을 채택했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분들과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끝으로, 로두스 시리즈를 위하여 재정지원을 해주신 법무법인 율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0년 8월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비교법연구센터 소장 명 순 구 드림

머리말

우리나라에서 안중근 의사는 이순신 장군 같은 분들과 함께 영웅으로 추앙받는 분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안 의사는 그들의 영웅을 죽인 테러리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인식태도에 대하여 한국인은 “일본으로서야 그렇게 보는 것이 당연하겠지...”라고 넘길 수밖에 없을까요? 아직까지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 온 것 같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일본의 영웅은 한국의 악인이고, 반대로 한국의 영웅은 일본의 악인입니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을까요? 만약 그러하다면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한 상호화해는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충돌은 개인 간의 분쟁이라기보다는 한국과 일본의 근대사가 극단적으로 부딪힌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의 역사적 갈등의 핵심은 일본의 대한제국 강제합병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고, 이토 히로부미 사살사건은 강제합병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던 시기에 그에 항거하여 일어난 사건입니다. 2009년 미국 월 가(Wall Street)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온 세계로 파급되어 모든 나라가 지금까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또 어떻습니까? 우리는 지금 어느 한 나라의 불행이 단지 그 나라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구상의 온 인류가 같이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시대 조류에서 한국과 일본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제 과거의 역사를 이성적 시각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이 책에서는 이토 히로부미 사살사건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았습니다. 일본이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보는 이유는 안중근 사건을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보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법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 사건은 살인사건이 아니라 국제법상의 전쟁행위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일한 사건, 그것도 역사 갈등의 핵심사건에 대하여 같은 평가를 할 수 있다면 이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진정한 화해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중근 사건을 달리 해석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시각이 한·일간의 발전적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시각을 견지하였습니다. 이 책의 안중근 사건에 대한 해석은 안중근과 대한민국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되었지만, 이러한 결론은 민족주의적 입장을 고집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부는 만화 형식을 이용하여 매우 간략하고 쉽게 말하고자 하는 취지를 표현했습니다. 이는 중학생 정도의 수준에서도 이 책의 큰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제2부는 논설의 형식으로 자세하게 서술했습니다. 이는 안중근 사건에 대하여 보다 자세한 법적 논증을 제안하기 위함입니다. 책의 말미에는 부록을 달아 제1부와 제2부에서 언급된 조약·협약 등의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본문의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일본은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볼 수밖에 없겠지...”라고 양해할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안중근 의사는 시종일관 자신을 국제법에 따라 재판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매우 법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진 이 주장은 그간 다소 감성적인 “안중근 영웅론”에 묻혀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제자 오은혜 양과의 공동작업의 결과입니다. 오은혜 양은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만화 공부를 하고 있는 다소 특이한 사람입니다. 현재보다는 미래의 발전을 기약해야 할 사람이다 보니 아마 그림에 미숙한 부분이 많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계기가 되어 앞으로 의식있는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다면 현재의 미숙함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하여 독자 여러분들의 따스한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2010년 8월

고려대학교 연구실에서 명 순 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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