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언] <민법학원론>, 박영사, 2015

August 7, 2015

머리말

 

  고려대학교에서 민법을 강의한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습니다. 연속되는 시간 속에서 10년으로 딱 떨어진다는 것이 무슨 큰 뜻이 있겠습니까마는, 무슨 때를 핑계 삼아 매듭 하나를 지어보려는 학자들의 흔한 습성이 발동했을까요. 무엇으로 매듭을 삼을까 하는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법 입문서를 출간하는 일이었습니다. 민법 입문서는 사실상 법학 입문서이기도 하니 뜻 깊은 작업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선뜻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간결하지만 깊이가 있어 민법의 체계와 원리를 일깨워주는 입문서를 구상했으나, 그 딜레마 앞에서 늘 후일을 기약할 뿐이었습니다.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으려는데 돌이 모자란다고 하여 아예 손을 놓고 먼 산만 바라볼 것인가?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는 돌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돌을 놓아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 책을 출간합니다.

 

  이 책은 법을 처음 공부하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민법 전공서를 공부하기 전에 큰 시각으로 민법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대목에서는 위에서 훑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민법 밑바닥에 흐르는 기본원리들을 과감하게 소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 ‘학’(學)자와 ‘원’(原)자가 포함되는 이유입니다. 기본원리를 이해하지 않은 채 전진하는 것은 신발 끈을 조이는 시간을 아끼고자 끈을 풀어헤친 채 그냥 길을 떠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술방향에 관한 좀 더 구체적인 사항은 이러합니다.

 

  첫째, 민법 중 재산법 편(제1~3편)을 다루었습니다. 그것이 『민법학원론』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보다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설명의 순서는 민법의 조문 순서가 아니라 민법의 원리를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했습니다.

 

  둘째, 추상성을 지양하고 가능하면 쉬운 언어로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이 “왜?”라고 느낄만한 대목에서는 그 이유를 달았습니다.

 

  셋째, 학설 소개는 필요한 경우로 최소화하고, 중요한 분야에 관해서는 저자의 학문적 입장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것은 저자의 입장을 강조 내지 강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관된 논리체계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전 범위에 동일한 무게를 두지 않았습니다. 민법의 뼈대가 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논의의 강약을 조정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지 않았거나 약간만 언급했다고 하여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것 중에는 이런 입문서에 담기보다는 본격적인 전공서적에서 통째로 다루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는 판단에서 일부러 제쳐둔 주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설프게 맛만 보는 것보다는 제대로 알고 제대로 먹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2011년부터 금년 2월까지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학교 본부에서 보직을 수행하느라 거의 찾지 못했던 연구실, 고요하게 침잠할 수 있는 그곳으로 돌아와 이제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그 기간 동안 묵묵히 연구실을 지켜준 제자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전합니다. 아내와 아들에게도 같은 마음을 전합니다. 교수가 연구실을 떠난 기간은 여러 새로운 분들께 은혜를 입는 시간이었습니다. 보직 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분들께 빚을 졌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 책의 교정작업에 참여하여 열과 성을 다한 고려대학교 대학원의 박덕봉 군과 박종명 군, 그리고 책의 표지 디자인을 맡아준 이서현 양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끝으로, 이 책의 출판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주시고 하나부터 열까지 열과 성을 다해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과 조성호 전무님, 그리고 편집부 김선민 부장님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로 진행되는 강좌(민법학입문)의 교재이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교육환경에서 법학으로서는 국내 첫 번째로 MOOC를 개설했다는 사실도 의미있는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합니다.

 

  이 책으로 공부하는 모든 분들께 법학의 눈이 환하게 뜨이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민법과 민법학의 발전에 약간의 기여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저자에게 큰 영광이 될 것입니다.

 

2015년 8월

고려대학교 연구실에서

명 순 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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