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언] <二有錄>, 고려대학교 출판부, 2012

May 5, 2012

발 간 사

 

  2012년 5월 5일 고려대학교의 107번째 생일에 이 글을 씁니다.

 

  매년 2월과 8월의 막바지에 우리 고려대학교에서는 어김없이 정년퇴임 기념식이 거행됩니다. 2011년 9월 1일 교무처장 직을 맡은 후로는 주무처장으로서 그리고 사회자로서 언제나 기념식을 준비하고 진행하지만, 그 전에는 가까이 모시던 교수님께서 정년퇴임을 하시는 계기에 띄엄띄엄 정년퇴임 기념식장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년퇴임 기념식에 갈 때마다 가슴속에 뭉클함을 안고 돌아오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퇴임하시는 교수님들의 인사말씀 때문이었습니다.

 

  기념식 순서에는 퇴임 교수님의 인사말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퇴임사에 해당하는 그 인사말씀은 아주 짤막합니다. 그런데 그 짧은 언어가 때로는 바로 옆에서 울리는 북소리처럼 마음을 일깨우고, 때로는 푸른 풀밭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바람결처럼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교수님들의 퇴임사가 그런 신비한 힘을 가지는 이유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순수의 마음으로 우리 고대가족의 한결같은 바람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대가족의 한결같은 바람이 무엇입니까. 고려대학교가 학문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그 빛이 온누리를 넉넉히 비출 정도가 되는 것 밖에 무엇이 또 있겠습니까. 말하자면 퇴임식장의 교수님들께서는 고려대학교를 향해 진정한 축원을 하시는 것이지요.

 

  그렇게 귀한 말씀들을 지금까지는 후학들의 기억에만 담아두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학들에게 벅찬 감동과 깊숙한 영감을 주는 그 말씀들 중 어떤 것은 그냥 허무하게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고려대학교의 귀한 역사를 보듬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는 저희 후학들의 기억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선학들의 고매한 행적이 후학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쌓인 것이 한 이유이고, 후학들은 이제 더 높고 새로운 길을 고민해야겠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입니다. 그리하여 이제부터는 교수님들의 퇴임사를 책으로 엮어내고자 합니다.

 

  2012년은 고려대학교 개교 107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107년 동안 고려대학교 교수로 봉직하셨던 교수님들의 퇴임사를 빠짐없이 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그리 마음과 같습니까. 이미 작고하신 교수님도 계시고 연락이 여의치 않은 분도 계십니다. 그래서 2011년 12월 12일 교무처에서 파악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미 퇴임을 하신 교수님과 2012년 2월 29일 날짜로 정년을 하시는 교수님께 편지를 드려 원고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게 모인 원고가 모두 66편입니다. 있어야 할 원고의 수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놓치지 않고 고려대학교의 역사를 하나하나 기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이유록』(二有錄)입니다. 이 제목은 문과대학 한문학과 심경호 교수님의 작품입니다. 이유(二有)는 유시유종(有始有終)의 뜻을 취한 것입니다. 有始有終은 『大學』의 “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으니, 먼저 하고 뒤에 할 것을 알면 도에 가까울 것이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책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고려대학교에서 학문과 교육을 해오시다가 퇴임하신 교수님들의 말씀이 담겨있습니다. 학문과 교육도 初志가 있고 終成이 있어 비로소 한 학자의 삶이 완결된다고 보기에 有始有終의 뜻을 취한 것입니다. 책의 제목을 얻기 위해 몇 분 교수님들께 부탁을 드렸는데 최종적으로 『二有錄』이 선정되었습니다. 교무처장의 부탁에 따라 제목을 제안해 주셨던 다른 교수님들께 감사와 송구한 마음을 함께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책의 원고는 그 형식이 한결같지 않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정년퇴임사를 보관하셨다가 그대로 보내주셨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교무처장의 갑작스런 부탁에 새로 글을 써서 보내주셨습니다. 원고의 제목에도 일관된 법칙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편집함에 있어서 굳이 원고의 통일성을 세우려 애쓰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원고에 드러난 교수님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모인 원고는 『이유록 1』로 묶었습니다. 앞으로 『이유록 2』, 『이유록 3』... 『이유록』은 이렇게 고려대학교의 역사와 함께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후학들은 이 책을 경건한 마음으로 읽을 것입니다. 이 책은 고려대학교의 역사를 증거하게 될 것입니다.

 

  은퇴하신 교수님들께 작년 12월 12일 원고를 부탁하는 편지를 드릴 때 “과연 몇 분이나 답을 주실까?”라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에 바로 책을 꾸밀 수 있는 정도의 양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런저런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그런데 원고를 모으고 보니 제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심지어 어떤 교수님께서는 교무처장으로부터 원고청탁을 받고 가슴이 울렁거리셨다고 합니다. 갑작스런 원고청탁을 그렇게 어여삐 여겨주시고 기꺼이 귀한 글을 주신 모든 교수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교수님들의 그 숭고한 마음이 있었기에 우리 고려대학교가 이렇게 굳건할 수 있었습니다.

 

 

2012년 5월 5일

교무처장 명순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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