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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광야로’ 자축하는 가을밤 지성+감성 콘서트(신동아 2014년 11월호)

신동아 11월호는 안암캠퍼스 80주년 행사를 크게 다루었다. 아래는 신동아 2016년 11월호의 기사이다(사진 제외).

원문은 <http://shindonga.donga.com/3/all/13/113390/3>에서 볼 수 있다.

‘요람에서 광야로’ 자축하는 가을밤 지성+감성 콘서트 : 신동아

StartFragment■ 음악콘서트 : ‘고려대학 사람들이 만든 명곡을 찾아서’ 10월 30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인촌기념관 1층 강당에서 열린다. 이번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회식 때 애국가를 부른 성악가(바리톤)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 교수와 한예종 학생 및 교수들로 구성된 성악가와 연주자가 출연해 고려대 교우가 작사·작곡한 20여 개의 명곡을 연주하고 노래를 들려줌으로써 음악적 정서와 감동으로 충만한 시간을 갖는다. 또한 고려대 합창단과의 하모니도 선보이며, 류경선 고려대 교양교육실 교수와의 대담도 진행된다. 고려대엔 음악대학이 없다. 그럼에도 교우가 만든 명곡이 많다. 그중엔 창가, 동요, 애국가요도 있고, 예술가곡도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도 있고, 지금껏 널리 사랑받는 노래도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사라져간 노래도 있다. 그리고 한국 음악 발전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 노래도 있다. 음악콘서트 해설을 맡은 민경찬 한예종 음악원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창작동요의 효시인 방정환 선생의 ‘형제별’(작사), 일제치하에서 우리 민족에게 광복의 희망을 불러일으킨 이흥렬 선생의 ‘꽃구름 속에’(작곡), 애국가요라는 장르를 개척한 임학수 선생의 ‘아침해 고을씨고’(작사), 한국 예술가곡의 새 지평을 연 조지훈 선생의 ‘고풍의상’(작사), 불후의 명작 동요인 어효선 선생의 ‘파란마음 하얀마음’ ‘꽃밭에서’ ‘과꽃’(이상 작사)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최고의 음악학자로 꼽히는 민 교수는 “고려대인이 만든 명곡은 콘서트 때 선보일 곡 외에도 많다. 이번엔 대중가요와 민중가요를 생략했지만, 그것까지 포함시킨다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며, 또 다른 기회에 소개되길 기대한다”며 “명곡이 계속 탄생해 ‘음악과 고려대의 만남’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려대 본관은 한국인 건축가와 민족자본에 의해 세워진 최초의 서양식 건물로 정의된다. 한 대학과 그 구성원을 넘어선 기념비적인 캠퍼스 이전은 어떤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지닐까. 문학콘서트 때 소개될 오탁번 시인(고려대 국어교육학과 명예교수, 영문과 64학번·대학원 국문학과 졸업)의 시 ‘고려대학교’를 인용, 발췌해 싣는다(고형진 교수는 이 시에 대해 “고려대 정문에 문패가 없다는 흥미로운 관찰을 통해 고려대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이는 고려대의 개방적, 민족적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고려대가 특정인의 대학이 아니라 우리 겨레 모두의 대학임을 고려대 구성원이 이심전심으로 느끼고 실천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고려대학교 정문에는 문패가 없다/ 서울대학교나 연세대학교 정문에는/ 커다란 동판 문패가 구릿빛 찬란하게 붙어있어서/ 누구나 그 대학의 이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고려대학교 정문에는 문패가 없으니/ 이 대학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 참 이상하다 (…) 개교한 지 일백 년이 다 되는 대학교 정문에/ 동판으로 만든 문패 하나 없다니? (…) 고려대학교/ 이 무명의 콧대 높은 선비들의 갓끈/ 아침 점심 저녁 때의 우리나라 흰 쌀밥처럼/ 아무 빛깔 없으면서도 모든 맛을 다 지닌/ 고려대학교 우리 대학교 그냥 대학교.

Interview | 명순구 고려대 교무처장 “‘유니버시티 캐피털리즘’보다 인성, 감성, 창의성”

이번 기념 콘서트를 기획, 총괄하는 명순구(52·사진) 고려대 교무처장도 이 대학 법학과 출신(81학번)이다. 그는 2011년 9월부터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올해로 개교 109주년, 안암캠퍼스 80주년을 맞았는데, 감회가 새롭겠다. “지금껏 안암동 이전 시점을 기념한 행사를 연 적이 없다. 단지 개교기념일(5월 5일)을 맞아 10년 정도 간격으로 기념행사를 해왔다. 그런데 모교 역사를 살피다보니 현재의 종로구청 인근인 종로구 송현동에서 성북구 안암동으로 이사 온 때가 올해로 딱 80주년 되더라. 인촌 선생이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한 후 이룬 큰 프로젝트였다. 만일 고려대가 아직도 원래 자리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러니 80년 전 이 광활한 터에 자리 잡은 건 고려대의 현재가 있게 하고 미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한 원천이다. 그런 점에서 이전은 개교 못지않은 큰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념 콘서트를 기획했다.”. -아이디어는 누가 냈나. “내가 냈다.(웃음) 당초엔 ‘문학에 비친 고려대학교’ 행사 한 가지만 생각했다. 고려대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 아주 많은데 대학 구성원조차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건 굉장한 손실이다. ‘역사는 인식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게 내 지론이다. 그래서 학생들을 위해 문학콘서트를 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4~5월부터 하다 고형진 국어교육학과 교수를 졸라 함께 논의해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음악콘서트는 상상조차 못했다. 고려대엔 음대가 없으니까.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그것도 기획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교양으로서의 음악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게 좋겠다 싶어 올해 고려대 109년 역사상 최초로 음악 전공 전임교수를 한 명 뽑았는데, 그 선발 과정에서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고 외부 전문가 자문을 구하려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민경찬, 최현수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모셨다. 그런데 함께 점심 먹는 자리에서 내가 문학콘서트를 열 거란 이야기를 꺼냈더니 민 교수가 ‘고려대 졸업생이나 교수 출신이 작사, 작곡했거나 그들의 문학작품이 가사로 쓰인 명곡이 적지 않다. 음악사적으로 볼 때 시대별, 장르별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음악콘서트도 기획하게 됐다. 건축콘서트는 지난 1년여에 걸쳐 본관 보수공사를 담당한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에게 부탁했다. 그렇게 세 분야 행사를 마련했다.”. -이번 콘서트로 기대하는 효과는. “사실 고려대 역사는 우리나라 대학 역사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대학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봤다. 지금 대학들의 분위기는 이른바 ‘유니버시티 캐피털리즘(University Capitalism)’이라고 해서 연구 업적, 연구비 수주 성과, 각종 대학 순위 등 물적 성장에 올인하는 상황이다. 물론 그것에도 신경 써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대학은 물적 측면에서만 평가할 대상이 아니다. 대학은 새로운 생각이 늘 태동할 수 있는 창조적 공간이어야 한다. 그 창조의 핵심엔 문화예술이 있다. 비록 고려대에 음대나 미대는 없지만, 언제든 예술에 대한 시각이 열려 있고 감성이 깨어 있어야 그것이 학문적 성과와 잘 연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동안 고려대엔 그런 부분이 너무 부족했다. 좋은 인재를 길러낸 건 사실이지만 그들에게 감성적인 발전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심어주려는 노력은 미진했다. 교무처가 진행하는 특별교육프로그램 중 하나로 2012년 1학기부터 시작한 ‘유니버시티 플러스(University+)’가 있는데, 그 부제가 ‘비욘드 더 유니버시티(Beyond the University), 즉 ‘일반적인 대학을 넘어서는 고려대’다. 이는 창의성과 인성, 감성을 갖춘 고려대인 양성을 목적으로 한 강의다.. 요즘도 사회 일각에서 고려대생에겐 거칠고 막걸리 같은 이미지가 있다고들 하는데, 난 우리 학생들이 의도적으로라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옷도 잘 입고 밥도 잘 먹고 술도 잘 마시고 공부도 잘하는 세련된 이들이 됐으면 한다. 이번 행사도 결국은 유니버시티 플러스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건축물과 예술작품에 녹아 있는 고려대 정신과 정서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함으로써 애교심을 고취하게 하고 예술성의 감상과 역사에 대한 공감을 통해 인성을 함양하기 위한 거다.”. ‘Beyond the University’ -콘서트 장르를 건축·문학·음악 세 분야로 한정한 게 좀 아쉽다. 가령 미술 분야 등으로 확대했더라면 콘텐츠가 더 풍부해질 텐데.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교내에 수십 년 된 미술 동아리도 있으니 그간 축적된 회원 작품엔 모교 전경이나 대학생활과 관련한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런 작업까지 확대하기엔 행사 개최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는 내년 개교 110주년 기념사업의 예비 행사 성격도 지니기에 잘해보려고 한다. 가령 내년에 대중음악 분야로까지 확대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행사를 즐길 수 있지 않겠나.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게 대학의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국내 대학 최초로 시작한 ‘디스커버(Discover) KU’(학교 강의실과 캠퍼스 내 야외공간에서 50개 강의와 특강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교육 프로그램)라는 초·중·고교생 및 일반인 대상 오픈 캠퍼스 행사를 열어 호응을 얻었는데, 올해도 10월 27~31일 열리는 만큼 이번 콘서트와 잘 어우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기념 콘서트를 정례화할 생각은. “첫회 준비는 내가 맡았지만, 앞으론 누가 하더라도 90주년, 100주년 등으로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고려대 교우로서, 교수로서 고려대인만의 정서란 게 뭐라고 생각하나.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데 두려움을 갖지 않는 성향 아닐까. 호랑이가 늘 새로운 사냥을 통해 신선한 짐승고기를 먹듯. 그렇게 두려움에 빠지지 않는 게 고려대인의 큰 장점일 것이다. 물론 그게 지나치면 자칫 무모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그걸 잘 조절하게끔 하는 것 또한 교육의 임무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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