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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경제학』, 민들레 제3권, 세창출판사, 서울, 2005


발 간 사 민들레 시리즈 제2권으로 『현대미국신탁법』을 번역·출판한 것이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이번에 제3권 『법경제학』을 번역·출판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법학의 논의를 전개함에 있어서도 고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정한 문제인식을 출발점으로 하여 단계를 밟아 논의를 전개하다 보면 몇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비의 순간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주제를 대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의 고비가 있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각 고비마다 일정한 선택을 하여야 할 것인데 문제는 그 선택의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작업에 있어서 그나마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하나의 원칙을 세워놓고 각 고비마다 그 원칙에 비추어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딜레마 요소가 내재하고 있습니다. 기준으로 작용한 원칙이 너무 추상적이면 선택의 기준으로서 역할을 하기가 힘들 것이고, 그 반대로 너무 구체적이면 모든 고비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대륙의 전통적인 법학은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기준으로 학문을 수행하는 성향이 강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태도가 법학방법론의 모든 것은 될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법이라는 것은 법주체 사이에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도구라고 할 것인데, 그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를 어떻게 하나의 일관된 원칙으로 조정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모든 것을 꿰어보고자 하는 것은 체계화를 위한 노력일 것이고, 이러한 시도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아울러 각 고비에서 어떠한 결정이 경제적으로 가장 합리적인가를 기준으로 고민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론이라 할 것입니다. 법경제학은 법과 제도를 경제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경제적 관점에서의 효율성(Efficiency)과 형평성(Equity)이라는 것이 법이 추구해야 할 유일한 가치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법 속에 존재하여야 할 합리성의 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가지의 엄격한 분석도구를 발전시켰는데, 이에 힘입어 경제학적 방법론은 경영학, 정치학, 사회학 등 인접 사회과학에 널리 적용되어 왔습니다. 경제학적 분석방법이 법학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제 법학방법론의 현대적 경향을 주도할 정도로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걸맞게 국내에도 이미 법경제학에 관한 여러 저서 및 역서가 나와 있습니다. 선학들의 연구물과 더불어 이 책이 법경제학의 저변확대에 미력을 더할 수 있다면 제게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2006년 3월 19일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연구실에서 기획자 명 순 구 교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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