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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의 회계학』, 민들레 제4권, 법문사, 서울, 2006


발 간 사 꽤 오래 전의 일인 것 같습니다. 1905년에 설립된 보성전문학교(고려대학교의 전신) 법률학과의 커리큘럼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받은 인상은 현재 법과대학의 커리큘럼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의 법현실과 100년 전의 그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법과대학의 교과과정은 그와 같은 현실을 융통성 있게 수용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는 법과대학에서 최소한 경제학과 회계학 교과목은 필수과목으로 교육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자 하다면 그 사람의 됨됨이가 어떤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한다거나, 기업을 위하여 또는 기업을 상대로 재판을 하고자 한다면 그 기업에 관한 정보를 필요로 합니다. 기업의 정보란 재무상태나 경영성과 등일 것인데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무엇입니까? 바로 회계(accounting)입니다. 자연인에 관한 정보는 일상적인 언어와 동일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이해하기 위하여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에 관한 정보는 회계라는 다소 특수하고 기술적인 언어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시간을 투자하여야 합니다. 법학 교과서는 법률주체로서 자연인(自然人)과 법인(法人)이 있다고 설파합니다. 법인 중 현대 경제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기업입니다. 그런데 현재 법과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기업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고 있는지 깊이 반성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 종류의 회계 중에서 외부이용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재무회계에 대해서는 그 기초라도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률가에게 필요한 회계학은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법률가들에게는 법적 환경에 등장하는 회계를 이해하고 활용하여 법률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회계장부의 작성에 관련된 실무를 전부 안다는 것은 전문화 경향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은 오래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마음만으로 그쳐야 했습니다. 회계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저로서 그 일은 능력 밖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김기영 교수와의 만남은 제게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 교수가 회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친 후 법학에 뜻을 두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재학하던 때에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 당시 김 교수가 보여준 학문에 대한 열정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월이 가면서 우리는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러다가 우리 둘이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믿음의 결과가 바로 민들레 제4권 󰡔법률가의 회계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실제에 있어서 김기영 교수의 작품입니다. 저는 김 교수를 부추겨 책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 책의 기본방향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말한 것, 꼭 담아야할 내용이 무엇이며 과감하게 빼도 될 것이 무인인지 하는 것 등과 같은 것을 말해주는 조언자의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공동저자로 된 것은 학자로서 매우 쑥스러운 일이기는 하나, 법학과와 경영학과 교수를 공동저자로 하는 것이 이 책의 성격에 잘 부합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몇 사람의 유혹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넓게 보면 학제간 연구의 결과물로 볼 수 있는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 법학이 다른 학문과 어울리면서 더욱 풍성하고 설득력 있는 규준들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6년 7월 10일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연구실에서 기획자 명 순 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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