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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카지노의 3無

카지노의 3無 명 순 구 (고려대 법대 교수)

얼마 전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음악 프로그램을 듣던 중이었다. 음악이 나오는 중간에 DJ의 간단한 멘트가 있었는데 그 중에 카지노(casino) 이야기가 있었다. 카지노에는 세 가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세계의 어느 카지노를 가 보아도 창문, 거울, 시계, 이 세 가지는 없다는 것이었다. 계속하여 DJ가 그 이유를 설명할 것 같아 잔뜩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타고 있던 사람이 말을 걸었다. 내가 집중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주제의 이야기였다. 그 사람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상관없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 법이다. 나로서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말을 포기하고 그 사람의 말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카지노에 세 가지가 없는 이유를 정확히 듣지는 못했다. 요즘에는 기술이 좋아져서 마음만 먹으면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지나간 방송을 다시 들을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카지노의 3無’에 관한 이야기를 완전하게 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리 하지는 않았다. 카지노에 창문, 거울, 시계가 없는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카지노(casino)는 ‘작은 집’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카자(casa)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룰렛, 슬롯머신, 블랙잭 등을 할 수 있는 대형 도박장이다. 도박이라는 것은 사행성이 큰 투자행위이다. 그리고 상당한 정도의 중독성도 있어 보인다. 1,000,000명 중 999,000명은 10원이라는 푼돈을 잃고 그 중 1명은 10원을 투자하여 1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해보자. 도박장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래도 남는 장사이다. 사람들은 그 한 명이 자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카지노의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모든 장사가 그러하듯 카지노의 운영도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야 수지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카지노의 3無’는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다. 카지노에는 창문이 없다고 한다. 카지노에는 창문이 없다고 한다. 창문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모습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마련이다. 카지노에는 거울이 없다고 한다. 거울을 보면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자기를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잘잘못을 정확하게 가려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자신이 매우 잘못한 일은 거울을 보면 가려낼 수 있다. 그리고 카지노에는 시계도 없다고 한다. 꼭 창문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꼭 거울이 있어야 자신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꼭 벽시계가 걸려있어야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고 시계는 손목에도 있기 때문이다. 벌써 오래 전 모나코를 여행할 때에 몬테카를로의 카지노에 구경을 간 일이 있었다. 거기에도 창문과 거울 그리고 시계가 없었을 것이다. [200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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