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책서언] 민법학기초원리, 세창출판사, 2002

머 리 말

국가시험을 준비하는 것과 학문을 하는 것은 전혀 그 방향을 달리하는 것인가? 국가시험 준비와 학문연구가 각각 별개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의 세태는 두 가지가 서로 따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합니다. 많은 반성과 더불어 무언가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책은 강학상 ‘民法總則論’에 해당하는 주요 테마(thema)를 가능하면 수월하게 그러나 심도있게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습니다. 민법총칙의 규범내용을 민법의 各則(제2편~제5편)에 규정된 구체적 제도와 연계시켜 설명하고자 하였습니다. 교과서와 같은 체계서를 읽기 전에 민법이론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이 책이 종래의 저술과 다른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획을 하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학에 대한 학습은 민법총칙(민법전 제1편: 제1조~제184조)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민법총칙의 규범내용은 민법의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추상성을 띠고 있다; 게다가 민법총칙의 규범내용은 민법의 各則(物權法·債權法·親族法·相續法)의 내용을 알아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많은 경우에 법학 초심자를 딜레마(dilemma)에 빠지게 한다. 통상적인 民法總則 敎科書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교과서는 전형적인 체계서의 모습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면, 이 책은 事例演習書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 내용은 事例演習書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책이 事例演習의 형식을 취한 것은 단지 民法理論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구체적인 문제상황을 인식함으로써 추상적인 민법이론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책은 민법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유용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여졌습니다. 민법총칙 교과서로 학습하기 전에 읽었으면 하는 의도로 집필하였습니다. 이 책의 副題가 ‘法理論에 대한 수월한 적응(For soft landing on legal theories)’인 것도 이와 같은 사정에 연유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법제도 또는 법개념을 설명함에 있어서 가능한 한 쉽고 친절하게 서술하도록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내용의 깊이에 있어서는 교과서의 그것보다 오히려 심화된 부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책의 부피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독자들 중에서 법학의 초심자는 애로를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근차근 읽어 나간다면 오히려 처음부터 교과서로 학습하는 것보다 민법학에 대한 이해정도가 높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책을 집필함에 있어서 法論理의 엄격성과 체계성을 유지하고자 각별히 노력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법학의 초심자를 대상으로 한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종래의 通說과 判例理論에 대한 근본적 비판과 새로운 학설제안도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시한 비판과 새로운 제안들 중 어떤 것은 정확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先學 선생님들의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채택한 관점 중 어떤 부분에는 제 자신의 淺學으로 인한 오류가 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있게 될 또 다른 비판을 겸허하게 수렴하여 저의 학문적 발전의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민법학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요인이 이 책에 숨어 있다면 그보다 큰 영광은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분들의 가르침과 도움, 그리고 격려가 있었습니다. 우선, 오늘에 이르기까지 저를 학문의 길로 인도해 주신 崔達坤 선생님(高麗大學校 名譽敎授), 프랑스의 자끄 게스뗑(Jacques GHESTIN) 선생님(Université de Paris I: Panthéon-Sorbonne 名譽敎授), 두 은사님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이 책의 草稿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 및 교정작업에 참여하여 수고한 申承寶 君, 梁皓吉 君, 金虎庚 君, 金時柱 君, 延治潤 君, 印勳 君, 李宗錄 君, 明志星 君, 鄭求兌 君, 金永柱 君, 李承原 君, 丁維宣 孃, 李炳旭 君, 金寅哲 君, 金星煜 君, 吳英傑 君에 대해서도 뜨거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大學院 또는 司法硏修院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위 제자들의 학문적 발전과 인격적 성장을 기원합니다. 이 책의 출판을 허락해 주신 世昌出版社의 李邦源 사장님, 그리고 책의 편집과 교정작업에 정성을 다 해주신 林吉男 상무님의 노고를 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신 할아버지·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어머니께 감사 드립니다. 이 책을 마무리하는 지금, 몇 년 전에 作故하신 할아버지가 많이 생각납니다. 끝으로,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 연구실에 앉아 별다른 생각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후원을 보내 준 아내 朴奎姸, 그리고 “교수는 왜 방학에도 학교에 가느냐?”하며 투덜거리면서도 늘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주는 아들 柱賢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전합니다. 이 책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무더위가 한창인 시절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시원한 계절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매섭게 추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두꺼운 외투를 입지 않은 채 밖에 나가도 그렇게 두려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계절은 이미 따스함으로 다가서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하여 민법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그것이 민법학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져 우리들의 가슴이 학문적 온기로 언제나 따스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2002년 3월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연구실에서 明 淳 龜(MYOUNG Soon-Koo) 드림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