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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언] 아듀 물권행위, 고려대학교출판부, 2006

머 리 말

세계열강들이 이권을 챙기기 위하여 탐욕스런 눈을 번득이던 때에 한국은 자신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日帝의 식민지가 됨에 따라 한국법의 근대화는 대체로 일본의 주도 아래 이루어졌습니다. 한일합병과 함께 일본민법이 한국에 의용된 것이 1912년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일본민법을 사용하다가 우리의 민법이 시행된 것이 1960년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2006년입니다. 한국이 근대민법을 본격적으로 접한 때부터 현재까지 약 100년의 시간을 절반으로 나누어 보면 대략 그 前半은 일본민법을 의용하던 시절이었고 後半은 현행민법이 시행된 기간입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민법은 이제 곧 그 시행 50주년으로 ‘知天命’의 나이에 이르게 됩니다. 이 시대에 한국 민법학에 맡겨진 天命은 무엇일까요? 딱 하나를 찍어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이 시대의 天命으로 삼을 만한 것이 있을까요? 그것을 찾아내는 일은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법학에 맡겨진 과제 또한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자들의 가슴 하나하나마다 나름대로의 天命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온통 익숙한 것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익숙함은 종종 사람의 비판능력을 무디게 합니다. 익숙한 것들 중 어떤 것은 우리의 안락함을 방해하고 있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저 그러려니...”하면서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하나 둘씩 넘겨버린 것들이 쌓여 우리들로부터 자유를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법제도 내지 법개념 중에도 그러한 것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존하는 법제도 내지 법개념은 필경 어떤 사람이 좋은 뜻을 가지고 고안한 것일 터이고, 또한 그것이 오랜 시간을 거쳐 이어 내려왔다면 나름대로 유용성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입니다. 어떤 법제도 내지 법개념에 유용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그것을 운용함에 있어서 소요되는 비용이 과다하다면 그에 대한 학문적 효율성을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은 이와 같은 관점을 출발점으로 합니다. “채권행위와 물권행위는 구별된다”라는 말은 매우 익숙하기는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 ‘물권행위’라는 개념이 과연 우리 민법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것인가요? 이 책은 보다 근본적이며 비판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물권행위의 개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네 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공동저자들은 모두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들입니다. 작년 어느 봄날 가볍게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자리에서 “우리 함께 물권행위로부터 해방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이 나왔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오늘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학문은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는 기회였습니다. 이 연구는 수암장학문화재단의 연구비 지원에 의한 것입니다. 수암장학문화재단의 지원에 감사드리며, 이 연구가 수암장학문화재단의 고귀한 뜻에 부합하는 것이기를 바랍니다. 이 책 속에 혹시 우리 민법학의 桎梏을 정확하게 지적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들에게 큰 영광입니다. 또한 이 책이 우리 민법학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구석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들에게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2006년 11월 15일 공동연구자를 대표하여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연구실에서 명 순 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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