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언] 『대한민국민법 3』, 법문사, 2010
머리말
대한민국 민법 제정 50주년이 되는 2008년에 『실록 대한민국민법 1』을 출간한 이래 올해 초에 『실록 대한민국민법 2』를 출간하고 이제 『실록 대한민국민법 3』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로써 민법 제1편으로부터 제3편에 이르는 모든 조문의 입법과정을 조문 단위로 추적하고자 했던 이 작업이 끝을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 민법 시행 50주년의 끝자락에서 이 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게 되어 다행스러운 마음에 안도의 숨을 내쉬어본다. 그동안 우리 민법학은 양과 질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사회·문화·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법현실도 빠른 속도로 변하여 세계의 사법은 거센 변화의 물결 속에 휩싸여 있으며, 우리도 물론 그 속에 존재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민법학에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법의 세계화·통일화 경향과의 조화할 수 있는 민법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채권법이다. 한국 민법학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과거에 대한 정리와 반성을 통해서 출발점의 좌표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한국 민법 제3편(채권)의 조문들의 입법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국 민법의 역사이기도 하다. 엄연히 존재하는 역사를 지나쳐 버린다면 이는 우리 민법학의 주체적 발전의 원동력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앞서 출간된 『실록 대한민국민법 1』 및 『실록 대한민국민법 2』와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법전편찬위원회(法典編纂委員會)의 민법전편찬요강(民法典編纂要綱)으로부터 시작하여 민법이 공포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후의 개정상황을 포함하여 현행 민법의 내용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된 참고자료는 『民法案審議錄 上卷』, ②『民法案意見書』, ③ 國會速記錄, 이렇게 세 가지이다. 『民法案審議錄 上卷』은 민의원 법제사법위원회 민법안심의소위원회에서의 심의내용을 기록하여 1957년 발간한 것으로 민법전 제정에 관한 입법자료 중 가장 체계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民法案意見書』는 民事法硏究會(사단법인 한국민사법학회의 전신)가 1957년에 발간한 것으로 민의원 법제사법위원회의 수정안에 대하여 민법학자들이 개진한 의견을 종합한 것이다. 민법안을 제안한 정부를 대표하여 국회 본회의의 민법안 제1독회에 법무부 장관을 대신하여 참석한 법무부 차관은 민법안 제3편(채권) 분야의 특기사항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발언하고 있다. “① 소비대차, 사용대차에 있어서 종래의 요물계약을 낙성계약으로 하고(원안 제587조, 제598조), ② 임대차에 있어서 관계인의 이익조절을 위하여 유의하였고, ③ 불법행위의 요건을 ‘권리침해’로부터 ‘위법’으로 범위를 확대하여 과실주의를 지양하고 현실문제의 해결에 적응시켰습니다.” 그러나 1958년 민법이 의용민법과 차이를 보이는 사항은 위의 발언에서 지적한 것보다 훨씬 많다. 그 중 주요한 것으로는 채무인수에 관한 규정의 신설, 무기명채권을 동산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채권의 소멸 다음에 이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한 점, 법정복리 규정의 삭제,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에 관한 규정의 신설, 채권자취소권의 효과로서 법률행위의 취소 외에 원상회복의 추가,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에 관한 규정의 신설, 계약의 해지에 관한 일반규정의 신설, 종류물에 대한 하자담보책임 규정의 신설, 현상광고를 전형계약의 한 유형으로 규율, 대물변제의 예약에 관한 규제조항의 신설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변경 사항은 의용민법에 비해 근대적이거나 혹은 진보적 사회이념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의 협조의 결과물이다. 특히 연구실의 이홍민 조교는 문헌의 분석·정리 작업에 정성을 다했다. 이 군이 조국과 온 세상에 모두 충성할 수 있는 바르고 따뜻한 법학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학문적 유용성을 이해해 주시고 『실록 대한민국민법 1』과 『실록 대한민국민법 2』에 이어 다시 출판을 맡아주신 법문사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보니 먼저 이루어진 여러 작업물에 대하여 가필 또는 수정하고 싶은 내용이 허다하다. 글을 쓰고 나면 늘 반복하는 몸살 같은 병을 다시 앓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간에는 용서보다 더 아름다운 마무리는 없다는 여러 어른들의 말씀을 부여잡으며 이로써 스스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혹시 어떤 분들이 이 책을 토대로 더 큰 연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캄캄한 하늘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몇 개의 별처럼 내게 희망으로 다가온다.
2010년 12월 7일
고려대학교 연구실에서 명 순 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