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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고 최달곤 선생님을 기립니다("실록 대한민국 민법 3"을 출간하며)

사랑하고 존경하는 故 崔達坤 선생님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 이 책의 교정작업 막바지인 지난 10일 새벽 선생님께서는 눈을 감으셨습니다. 대학 1학년 시절 손수 속지에 “明淳龜 君, 學業精進”이라고 쓰신 법전을 주실 때만 해도 제가 당신의 그렇게 넘치는 사랑과 은혜를 받으며 살아갈 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민법을 학문으로 삼고자 한다면 프랑스 유학을 하라고 권유하시던 선생님, 법학을 수행함에 있어서 해석학에만 몰두하지 말고 넓은 세상을 볼 것과 역사의식을 가질 것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 학자도 사람이니 공부에 앞서 좋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선생님, 그런 당신을 이제는 마음에만 담아야 하나봅니다. 선생님, 과묵하신 성품 탓에 마주 앉아 있어도 침묵의 시간이 많았어요. 예전에는 그 침묵이 저로서는 많이 어렵고 어색했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는 아무 말 없이 당신과 그렇게 앉아 있어도 늘 편안했습니다. 올 봄 茶山 생가 근처에서 선생님과 아무 말 없이 아주 오랫동안 같이 앉아 무심히 강물을 바라보았지요. 선생님은 그 때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그 때도 많이 슬펐습니다. 올 이른 봄에 선생님과 함께 갔던 그 산골짝에 선생님을 두고 왔습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계신 산자락에 그 날 진달래가 찬바람에 산들거리던 모습 생각나세요? 앞으로 그런 진달래를 보면 언제나 선생님을 떠올릴 겁니다. 선생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병마와 싸우시느라 너무 힘겨우셨지요. 물론 당당하고 씩씩하게 싸워주셨고요.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저를 내려다 보시겠지요. 선생님께서 제게 마지막으로 하신 말 기억하세요? 쓸데없이 나를 찾아 왔다갔다 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선생님, 비록 보잘것없지만 이 책이나마 선생님께 올립니다.

2010. 12. 15.

제자 순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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